ADVERTISEMENT

[단독]'점박이'의 7000만 년 단잠 깨운 일확천금의 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일  '점박이'(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 등 11점의 공룡 화석이 우리 정부의 반환 결정으로 고향 몽골로 돌아가는 데는 3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몽골 고비사막에 7000만년 동안 잠들어있던 '점박이'는 어쩌다 한국까지 오게 됐을까, 

‘점박이’를 깨운 건 일확천금을 노린 밀매업자들의 욕심이었다. “공룡 화석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문화재 밀매업자 문모씨와 양모씨는 2014년 5월 몽골로 건너가 도굴꾼 을지바트에게 공룡 화석을 도굴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문 도굴꾼에 4억여원 주고 도굴 의뢰 #금전 다툼 끝에 검찰에 발각돼 압수

 발굴의 대가로 4억6700만원을 주기로 했지만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이하 바타르)의 완전체 화석이 미국 경매시장에서 100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다는 점을 아는 두 사람에게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바타르가 잠들어 있던 곳은 몽골 최남단 고비사막. 고비사막은 공룡 화석이 많이 나와 화석 발굴 체험 관광이 성행할 만큼 전 세계 고생물 학자들과 모험가들에게 ‘공룡의 낙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관련기사

 을지바트는 몽골에서도 솜씨 좋기로 유명한 도굴꾼이었다. 착수금을 받은 을지바트는 바타르, 프로토케라톱스, 하드로사우루스류 종류 미상의 공룡, 공룡알 등 화석 11점을 캐내 문씨 등에게 전달했다. 1점을 도굴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바타르 화석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몽골에서만 발견되는 공룡 화석이다. 몽골 국민들이 ‘민족 혼’의 상징으로 꼽을 만큼 각별히 아끼는 문화재이기도 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쉽사리 중요 문화재를 손에 넣은 문씨와 양씨에게 남은 고민거리는 국내 밀반입이었다. 몽골 정부가 화석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캐내기는 쉬워도 해외로 빼돌리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두 사람은 화석을 솜과 천으로 채운 금속 상자에 넣어 차에 싣고 육로를 이용해 중국으로 빼냈다. 몽골과 중국 사이 국경을 통과할 때에는 유목민 천막인 ‘게르’라고 거짓 신고해 세관의 단속을 피했다. 이들은 이렇게 빼돌린 바타르 화석 등을 중국 톈진항에서 배에 실어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다. 이때도 세관에는 ‘게르’, ‘기념품’ 등으로 허위 신고했다.

 이 화석들은 한동안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양씨의 창고에 쌓여 있다가 거래선 이모씨가 관리하는 경기도 수원의 창고로 옮겨졌다. 양씨가 문씨 몰래 이씨에게 1억3300만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화석 전체를 넘겨줬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안 문씨는 양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 사건을 맡았던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양인철)는 이씨의 담보물 취득 경위를 당사자들에게 따져 묻다가 이 담보물이 몽골이 반출을 금지하는 문화재라는 점을 알게 됐다. 검찰은 양씨에 대한 처벌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급히 이씨로부터 화석 전체를 압수해 국립과천과학관 수장고로 옮긴 뒤 반환 경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담보물을 빼앗긴 이씨는 “불법 반출 문화재인지 모르고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압수물 환부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부장 조휴옥)는 “이씨도 이 화석들이 도굴품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담보로 받아 선의 취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