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회담만큼 뜨거운 미ㆍ중 퍼스트레이디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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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훤히 드러난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멜라니아와 목까지 올라온 중국 치파오를 입은 펑리위안 여사. [로이터=뉴스1]

어깨가 훤히 드러난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멜라니아와 목까지 올라온 중국 치파오를 입은 펑리위안 여사. [로이터=뉴스1]

패션모델과 국민가수의 만남.  

노련한 5년차 vs 77일 신참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멜라니아ㆍ이방카 상대 #멜라니아, 진정한 퍼스트레이디 데뷔전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47)와 중국의 영부인 펑리위안(彭麗媛ㆍ55) 여사는 평범한 퍼스트레이디와는 거리가 멀다. 둘 다 퍼스트레이디 이전에  ‘셀러브리티(유명인사)’였다. 펑 여사는 장성 출신의 ‘국민가수’였고, 멜라니아는 유명 패션모델이었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만큼 두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에 시선이 쏠린 이유다. 두 사람이 1박2일 간 보여줄 패션, 내조 등 일거수일투족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담판만큼이나 뜨거울 전망이다.

펑 여사는 '두 명의 여성 트럼프'와 상대해야 한다. 멜라니아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다.
 이방카는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이날 만찬에 동석했다.
 멜라니아는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의 방미 당시 ‘배우자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 진짜 내공 있는 상대를 만나 퍼스트레이디로서 진정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만찬에 앞서 티타임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내외. [AP=뉴시스]

만찬에 앞서 티타임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내외. [AP=뉴시스]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의상 대결이 펼쳐졌다.
 멜라니아는 만찬장인 마라라고 리조트 문 앞에서 빨간색 드레스 차림으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빨간색 넥타이를 해 내외가 색깔 맞춤을 했다. 이에 맞서 시 주석과 펑 여사는 파란색 넥타이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두 부부가 미리 짜기라도 한 듯했다.
그러나 멜라니아와 펑 여사의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멜라니아는 목과 어깨가 훤히 드러난 드레스 차림이었지만, 펑 여사는 목까지 깃이 올라온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었다.
 이방카는 목과 어깨가 드러난 검정색 원피스를 입었다.
펑 여사도 중국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패셔니스타다.
 단정한 단색 계열 의상과 깃이 목까지 올라오는 겉옷을 즐겨 입는다.
 우아함과 품위가 그의 패션 코드다.
 이와 달리 멜라니아는 화려하고 강렬한 패션을 선호한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뒤엔 깔끔한 디자인에 단색을 자주 입지만 하늘색ㆍ빨간색ㆍ흰색 등 튀는 컬러를 골라 개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멜라니아의 패션 코드는 세련미다.

6일(현지시간) 마라라고 리조트 만찬장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내외. 펑 여사 옆에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앉아 있다. [AP=뉴시스]

6일(현지시간) 마라라고 리조트 만찬장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내외. 펑 여사 옆에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앉아 있다. [AP=뉴시스]

두 퍼스트레이디의 내조 스타일은 더욱 차이가 난다.
 펑 여사는 남편의 해외 순방에 자주 동행하며 친근한 이미지로 ‘소프트 외교’에 열심이다.
 2015년 방미 땐 ‘판다 외교’로 화제가 됐다. 당시 펑 여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 함께 미국에서 태어난 판다에게 이름을 붙여줬다.
펑 여사는 2013년 시 주석의 집권 이후 퍼스트레이디로 벌써 5년차다.
 중국에서도 존재감이 크고 인기가 높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네번째 부인 장칭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란 평이다.
 사실 시 주석이 정치적으로 뜨기 전인 1980~90년대엔 국민가수로 남편보다 더 유명했다.
 펑 여사는 열여덟살에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문예선전부 소속 가수로 명성을 떨쳤고, 시 주석의 집권과 함께 소장(한국의 준장)으로 예편했다.
 그 뒤로 해방군예술학원 원장을 맡아 문화를 비롯해 여성ㆍ아동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대내외로 에이즈 퇴치 활동에 헌신해 지난 1월 유엔(UN)으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1월20일) 후 이날로 77일차 신참내기 퍼스트레이디다.
 또 공개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은둔형’ 퍼스트레이디다.
 아들 배런(11)의 학교 문제로 백악관에 오지 않고 뉴욕에 머물고 있는 건 유명한 에피소드다.
 대선기간 때도 대중 앞에 거의 서지 않았다.
 이런 소극적인 성격 탓에 이날 만찬장에 이방카를 구원투수로 투입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검정색 드레스 차림의 이방카 트럼프도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AP=뉴시스]

검정색 드레스 차림의 이방카 트럼프도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AP=뉴시스]

CNN은 이날 ‘멜라니아가 알아야할 펑 여사에 대한 사소한 사실들’을 보도하기도 했다.
 펑 여사를 만나 대화를 풀어가기 위한 일종의 팁이다.
 CNN은 “펑 여사와 시 주석은 오는 9월 결혼 30주년을 맞는다”며 “둘은 외동딸 시밍쩌(20)를 두고 있으며 2015년 하버드대를 졸업했다”고 전했다.
 또 “펑 여사는 음악과 예술에 조예가 깊다”며 “두 퍼스트레이디가 공통분모를 찾아 친분을 쌓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멜라니아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펑 여사와 팜비치 인근의 예술 특화 공립 중학교를 방문해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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