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트레이드 '극약 처방' SK·KTF 웃고, 전자랜드 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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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로농구에서 시즌 중 트레이드는 선수와 팀에게 모두 부담을 준다. 팀은 오랜 시간 동안 훈련하며 만든 틀을 깨야 하고, 선수는 새로운 동료와 훈련하면서 새 팀의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10일 2005~2006시즌이 시작된 후 이뤄진 트레이드는 모두 여덟 차례. 이 가운데 대형 트레이드로 관심을 모은 경우는 세 차례였다.

국내 선수 트레이드는 SK가 주도했다. 11월 23일 조상현.황진원.이한권을 KTF에 주고 방성윤.정락영.김기만을 영입하더니 1월 10일에는 김일두.임효성.이정래를 전자랜드로 보내고 문경은.김원을 넘겨받았다. 외국인 선수 맞트레이드는 한 번뿐이었다. 3일 오리온스가 안드레 브라운을 전자랜드로 보내고 리 벤슨을 넘겨받았다.

SK는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방성윤과 문경은은 SK의 '쌍포'를 이뤄 김태환 감독의 등록 상표인 공격 농구를 주도했다. 문경은이 가세하기 전까지 14승16패였던 SK는 '방-문'포(砲)가 가동된 뒤 5승2패를 기록했다. 홈경기 평균 관중 수도 4178명에서 5837명으로 경기당 1659명이나 늘어 단숨에 인기구단으로 발돋움했다.

KTF도 재미를 봤다. 조상현.황진원은 KTF 외곽의 주축이 되어 팀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황진원은 코뼈 골절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도 안면보호대를 한 채 11경기를 뛰는 투혼을 보여 동료의 투지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몸무게 150㎏이 넘는 대형 센터 나이젤 딕슨이 가세하면서 빠르게 승수를 추가, 동부.모비스.삼성 등 선두권을 위협하는 팀이 됐다. 오리온스도 벤슨을 영입한 뒤 3연승 했다. 벤슨은 전자랜드에서 뛸 때와 달리 성실한 태도로 팀의 리더 김승현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반면 꼴찌팀 전자랜드는 시즌 중 다섯 번이나 트레이드를 했지만 원하던 결과를 보지 못했다. 전자랜드 팬들은 "공연히 문경은.벤슨 등 주축 선수들만 내보내 전력을 약화시켰다"며 구단 측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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