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설화(舌禍) 경계령…‘양념’, ‘총재’ 등 실언에 당에서도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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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 ‘문재인 설화(舌禍)’ 경계령이 내려졌다. 지금까지 설화가 주로 손혜원 의원 등 측근이었다면 이번에는 문 후보가 대상이다. 최근 ‘양념’ㆍ‘총재’ 등 불필요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다는 이유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지난 3일 대선후보 선출 직후 인터뷰에서 “(문자폭탄ㆍ‘18원 후원금’ 등은)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면서다.

이튿날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멘토단장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은 “양념이라는 단어는 상처받은 사람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반발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진짜 웃기는 분이다. (문자폭탄이) 자기에게는 밥맛을 내는 양념이었지만 안희정, 박영선, 박지원에겐 독약이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양념) 얘기한 것은 우리 후보 간에 가치나 정책을 놓고 TV 토론에서 다소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부분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문 후보 측 관계자도 “당선 후 인터뷰가 수 차례 반복되고 여러가지 질문이 쏟아지면서 문 후보가 맥락을 잘못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토론회가 3월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문재인 전 대표가 방송국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토론회가 3월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문재인 전 대표가 방송국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당내에서는 최근 문 후보의 설화가 몇 차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가랑비에 옷이 젖느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이런 설화가 가벼워 보여도 몇 차례 반복되면 후보 이미지로 이어지면서 표심에 좋지 않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지난달 31일 TV토론회에서도 “참여정부 때 당정 분리는 옳지 않았다. 당정 일체를 추진하겠다”며 ‘총재’ 논란을 빚었다. 이에 안 지사는 “대통령이 되면 총재 역할을 하겠다는 거냐”고 두 차례 질문했고, 문 후보는 “그렇다. 공천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정책과 인사만 협의하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토론 후 “안 지사가 목이 쉰 상태여서 (질문이) 잘 들리지 않았다”며 “(청와대와 당이) 정책을 함께하자는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TV토론회에서도 “군 복무 당시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사전에 캠프 측과 상의없이 내놓은 돌발 발언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반란군’이라는 수식어도 넣었지만 당시 캠프에서는 “굳이 전두환을 언급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때문에 광주 유세 때도 5ㆍ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인 오월어머니회로부터 격한 항의를 받는 등 곤혹스러운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가 애드리브 능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방송에서 간혹 긴장하다보니 발언이 의도와 다르게 꼬일 때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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