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미국이 한반도 주변의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 군 당국은 6차 핵실험이 끝나면 북한의 핵이 현실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시험 발사할 경우가 벌어질 경우 "미국이 두고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기지를 타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이 최근 한반도와 그 인근 지역에 전진 배치한 군사력을 정리해본다.
◇주한미군 전력증강=지난해 두차례의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은 주한미군 전력을 확대해 왔다. 미 국방부는 주한 미 2사단의 헬기부대가 위치한 평택에 최신 공격헬기 AH-64D 아파치 1개 대대 24대를 올 1월에 추가 배치했다. 이로써 전차 킬러로 불리는 아파치헬기는 모두 48대로 늘어났다. 아주대 홍성표 교수(NCW학과)에 따르면 미 해병대가 위치한 포항에는 F/A-18E/F 수퍼호넷 전투기와 전자전기가 추가됐다.
또 지난해엔 오산과 군산의 미 공군기지에 F-16 전투기 36대를 증강했다고 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군산 공군기지에는 신형 패트리엇(Pac-3) 1개 포대를 지난해 7월 반입했다. 경북 성주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1개 포대 배치 작업이 진행중이다.
◇한반도 주변 미군 전력증강=미국은 주일미군과 괌에도 핵심 군사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우선 미 7함대가 위치한 요코스카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최신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에 이어 항모 칼빈슨함을 올 2월 추가 배치했다. 칼빈슨함은 지난달 실시된 한미연합연습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에 참가했다. 항모 칼빈슨함은 기본적으로 남중국해 경계임무를 수행중이지만 한반도 유사시엔 곧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한미연합연습 과정에서 확인됐다.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의 미 해병대기지엔 항모 1척 분량의 함재기 F/A-18E/F 48∼60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주변에 항모 2척 외에 1척 분량의 함재기를 더하면 모두 3척의 항모가 배치돼 있는 셈이다.
이와쿠니에는 북한의 전쟁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F-35B 스텔스 전투기 10대가 올 1월 배치했다. 6월까지는 16대로 그 숫자가 늘어날 예정이다.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는 도쿄 인근의 요코다 공군기지와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 등에 24대가 최근까지 배치됐다.
미국령인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지난해 8월 배치된 B-2 스텔스 폭격기 3대를 비롯, B-1B 랜서 3대, B-52 전략폭격기 등이 상시 출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F-35B및 F-22 전투기와 B-2 폭격기는 북한의 레이더에 거의 탐지되지 않는다. 북한 레이더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 상공에 침투해 미사일과 유도폭탄을 투하해 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 특히 F-35B에서 투하하는 정밀유도활강폭탄(SDBⅡㆍ사거리 72㎞)은 정확도가 1m 이내다. 언제든지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대, 핵심 요인 등을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선 일본 해역에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 SBX-1을 지난해 배치했다. 무게가 5만t인 이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4700㎞로 북한 전역을 24시간 감시한다. 미 해군은 요코스카에 미사일방어용 이지스함 2척을 추가했고 올 여름에 1척 더 보낼 예정이다. 일본 큐슈 인근에 투입한 잠수함 정보수집함 임피커블(Impeccable)함은 북한의 잠수함 발사용 탄도미사일(SLBM)대비용이다.
한반도 지역을 맡고 있는 미 태평양사령부의 병력은 2015년 24만여 명에서 현재 27만명 가량으로 늘어났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무장에 이어 ICBM 발사까지 시도할 경우 미국은 동·서해에 항공모함 등 군사력을 집중 배치한 뒤 북한에 최후통첩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