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8명 탄 화물선 남대서양 조난 … 선사 늑장 신고로 정부 12시간 뒤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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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31일 오후 1시20분(한국시간은 오후 11시20분) 남대서양 해역(브라질 산토스 남동방 2495㎞)에서 발생한 마셜제도 선적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Stella Daisy)호 실종사건을 국민안전처가 인지하는 데 무려 12시간가량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 24명 중 필리핀인 2명만 구조 #한진서 옮긴 기관사 첫 항해서 실종 #가족들 “신고 늦어 골든타임 놓쳐”

2일 외교부와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해경)가 스텔라 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 측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통보받은 것은 지난 1일 오전 11시6분(이하 한국시간)이다. 한국인 선원 8명이 탄 배인데도 사고 발생 12시간이 지나서야 정부의 대응이 시작된 셈이다.

사고 발생 5분 뒤인 오후 11시25분 스텔라 데이지호에서 조난신호(EPIRB)가 송신됐다. 오후 11시52분 사고 해역 인근 마셜제도로부터 ‘조난 신호를 수신했다’는 통보를 받은 선사는 사고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선사 측은 이런 사실을 곧바로 해경에 신고하지 않았다.

선사 측은 2일 오후 부산 사무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31일 오후 11시20분쯤 카톡을 통해 선원으로부터 ‘선체가 좌측으로 기울고 있는 중’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후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해경에 신고한 것은 1일 오전 9시쯤이라고 해경과 다르게 주장했다.

지난 1일 오전 11시6분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11시29분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오전 11시44분 외교부를 통해 사고 해역 주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에 수색 구조를 요청했다.

2일 오후 6시 현재 스텔라 데이지호에 타고 있던 선원 24명 가운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다. 한국인 선원 8명 등 나머지 22명의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인 선원 8명 중에는 한진해운에서 근무하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8월 폴라리스 쉬핑으로 옮긴 이환영(46) 1기관사가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회사를 옮기고 지난해 8월 첫 항해에 나섰다가 이번에 사고를 당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선사 측의 늑장 신고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부산·세종=이은지·신진호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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