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아마존도 군침 … 귀한 몸 도시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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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의 판이 바뀌었다. 한국과 중국·대만 기업들의 무대가 될 줄 알았던 이번 인수전에 구글·애플·아마존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대거 뛰어들어서다.

글로벌 IT 공룡들 인수제안서 #클라우드 사업 강화 포석인 듯 #예상 매각가 2조엔대 안팎 예상

요미우리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지난달 29일 마감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예비입찰에 애플과 구글·아마존닷컴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 인수제안서를 냈다고 1일 보도했다.

자금력으로 무장한 미국 IT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은 가상의 PC·스토리지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IDC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는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전과 맞물려 2020년 1950억 달러(약 218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아마존과 구글·애플 등 IT 기업들이 대거 뛰어든 상태다. 인텔도 메모리 부문을 강화해 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이 분야의 1위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아마존클라우드서비스’(AWS). 이들 업체가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할 경우 사업 확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2위(18.3%)로 암호화 기술은 낸드플래시 업계 1위 삼성전자보다 앞섰단 평가도 있다.

이 밖에 도시바와 기술개발은 물론 생산까지 함께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과 플래시메모리 설계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브로드컴도 기업용 반도체 사업 확대를 노리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미국의 사모펀드(PEF)인 실버레이크 파트너스도 델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예상하지 못한 미국 기업들의 참여로 이번 인수전의 판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기술유출·국가보안 등을 이유로 중국·대만 기업 매각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의 인수 가능성이 한결 커졌다는 관측이다.

또 당초 1조5000억 엔을 넘지 않을 것이란 예상 매각가도 경쟁이 뜨거워지며 2조 엔대로 뛰어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희망 인수가로 2조 엔(약 20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SK하이닉스는 10조원 이상을, 대만 훙하이는 2조 엔 이상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 2조5000억 엔의 실탄을 준비해 놓은 중국의 칭화유니는 결국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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