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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메뉴] 옆에서 봐야 진짜 요리가 보인다 '아쉬 파르망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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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메뉴가 떠오르나요? 조개로 가득한 봉골레 파스타, 꿀에 찍어 먹는 고르곤졸라 피자, 두툼한 스테이크... 아마 대부분 이런 전형적인 요리들을 생각하겠죠. 하지만 조금 색다른 메뉴를 시도하는 레스토랑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무슨 요리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큼 독특하고 창의력 넘치는 음식이 이제 눈앞에 펼쳐집니다. '별별메뉴 훔쳐보기'를 통해 이 신기한 요리들의 정체를 낱낱이 파헤쳐 분석해 봅니다. 그 여덟 번째 메뉴는 '아쉬 파르망티에'(Hachis Parmentier)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생소하다고요? 아쉬(hachis)가 해쉬브라운(hashed brown)과 같은 어원의 단어라면 조금은 감이 잡히나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샐러드인가 메인 디시인가?

'아쉬 파르망티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정식 요리 중 하나다. 감자와 샐러드, 쇠고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 먹기 좋다.

'아쉬 파르망티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정식 요리 중 하나다. 감자와 샐러드, 쇠고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 먹기 좋다.

‘슈에뜨’는 파리 하얏트와 제주 하얏트를 거친 이승준 셰프가 선보이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이 셰프는 프랑스에서의 오랜 생활을 바탕으로 현지 맛을 제대로 구현해낸다. 신선함 역시 보장되는 식당이다. 건물 옥상에 정원이 있어 허브류를 직접 재배하기 때문이다. 옥상에는 루프탑 카페 또한 마련돼 있어 손님들에게 식사와 함께 근사한 전경을 선사한다. 프랑스어로 ‘슈에뜨’는 ‘부엉이’라는 의미. 상호명을 살려서 식전빵과 함께 제공하는 부엉이 모양 버터로 유명하다.

영상에서 소개하는 ‘아쉬 파르망티에’는 슈에뜨에서 점심 메뉴로 만나볼 수 있다.

[Recipe] 아쉬 파르망티에

얼핏 보면 샐러드 같은 이 요리. 샐러드도 단백질이 있어야 먹는 맛이 날텐데 너무도 정직하게 풀밖에 보이질 않아 아쉽다. 이걸로 요기가 될까 싶다. 그런데 옆에서 보니 그 아래 뭔가 두터운 조각들이 보인다. 바로 고기와 감자다! 애피타이저인 줄 알았던 요리가 알고보니 메인 디시였던 셈!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지 그 비밀을 파헤쳐 보자.

핵심은 고기에 있다. 언뜻보면 잘게 다져진 것이 마치 야채 페스토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부드러운 소고기다. 그것도 지방이 없는 목살이나 등심 부위.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부드러운 육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장시간 약한 불에 고기를 뭉근히 졸여냈기 때문이다. 압력밥솥으로 조리시 2시간이면 완성되는데 굳이 왜 어려운 길로 가냐고? 정통 프랑스 가정식 레시피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간은 걸리지만 고기는 입에 넣으면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을 정도로 부드러워진다.

뜨겁게 달군 팬에 고기를 넣어 겉면만 바싹 익힌다. '시어링'이라 불리는 이 과정을 통해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뜨겁게 달군 팬에 고기를 넣어 겉면만 바싹 익힌다. '시어링'이라 불리는 이 과정을 통해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지방이 적은 소 등심 또는 목살을 작은 정육면체 형태로 자른다. 올리브유를 뿌려 달군 프라이팬에 넣고 겉만 바삭하게 굽는다. '시어링'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단어 뜻 그대로 육즙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고기의 풍미를 높인다. 이후 다진 마늘과 양파, 샐러리를 넣고 버터와 함께 볶는다. 재료에 버터 향이 골고루 스며들면 치킨스톡 두 국자를 넣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마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약 6시간 정도 끓인다.

소고기를 약한 불에 장시간 졸이면 사진과 같이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진다.

소고기를 약한 불에 장시간 졸이면 사진과 같이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진다.

마치 한국의 쇠고기찜을 만들 때 같은 이 과정을 프랑스에서는 '브레이징'이라고 한다. 브레이징 된 고기는 다진 고기와 구분이 안 될 만큼 부드럽게 찢긴다.

다음은 감자 차례. 그런데 감자쯤야 조각으로 잘라 삶으면 되는 것 아닌가? 틀렸다. 빨리 익히기 위해 감자를 조각내 삶으면 잘라진 단면으로 영양분이 빠져나온다. 따라서 소금 간을 한 물에 감자를 통째로 넣고 끓여낸다. 감자가 다 익으면 그릇에 담아 덩어리지지 않게 으깬다. 요리 이름에 프랑스어로 잘게 다진다는 의미인 '아쉬(hachis)'가 붙은 이유다. 해쉬브라운(hashed brown)의 해쉬 역시 같은 어원이라고 한다. 

원기둥 틀 안에 감자, 고기, 샐러드를 차곡차곡 쌓고 마지막으로 비트 조각을 얹는다.

원기둥 틀 안에 감자, 고기, 샐러드를 차곡차곡 쌓고 마지막으로 비트 조각을 얹는다.

마지막으로 플레이팅 차례다. 오목한 접시에 원기둥 모양의 틀을 놓고 그 안에 으깬 감자, 브레이징한 고기, 샐러드를 차곡차곡 넣는다. 샐러드로는 아삭한 프리제와 프랑스 요리에 자주 쓰이는 허브 처빌을 쓴다. 그리고 비트를 작은 큐브모양으로 잘라 가니쉬로 얹어낸다. 마지막으로 소고기를 삶을 때 쓰인 육수로 만든 소스를 뿌리고 파마산 치즈를 갈아 뿌리면 완성!

먹는 법이야 딱 보면 척이지 않는가. 감자·고기·샐러드 모두 조금씩 포크로 집어 한 입에 넣으면 끝!

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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