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중소·중견기업 지원, 멀리 보고 밝게 생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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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영식국립금오공과대학교 총장

김영식국립금오공과대학교 총장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등으로 상징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혁신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기업의 규모보다는 시장의 요구에 얼마나 빨리 반응할 수 있는가 하는 “속도”와 수요자 맞춤형의 “극(極)다품종-극(極)소량생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에 유리한 환경일 수도 있지만, 혁신역량과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만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과거,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중화학공업 육성이라는 산업정책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으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해 왔다. 이제는 중소·중견기업이 국내 기업의 99%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면서 고용의 88%, 수출은 38%를 책임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을 더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 축으로 보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더 나아가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R&D, 수출·판로, 인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육성시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업계의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1996년 공업진흥청을 확대 개편해 산업부의 외청(外廳)으로 출범한 이래 전통시장과 중견기업까지 지원대상으로 삼는 등 외연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자적인 법률 제정이 곤란하고, 여러 부처에서 제각기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중소·중견기업 지원정책을 총괄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다양한 부처들이 대통령 직속 기관인 SBA(미국의 중소기업청)의 일관된 정책과 조정 결과에 따라 체계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무한경쟁하고 있는 우리 중소·중견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책임성과 효과성을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을 대통령 직속기구 또는 부(部) 단위로 확대개편해 중소·중견기업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성장전략과 정책을 담을 수 있도록 조직의 틀을 바꿔 효율적인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확립함과 동시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의 모색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서경(書經)에는 멀리 보고 밝게 생각한다는 의미의 ‘시원유명(視遠惟明)’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파괴적 혁신의 무게는 익숙했던 기존의 사고 방식과 방법론을 과감하게 버리고 시원유명의 관점에서 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거대한 변화에 대응해 중소·중견기업의 과감한 혁신 노력과 함께 거버넌스의 효율적인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회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김영식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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