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카페 일회용 물티슈 ‘세균 범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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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식당에서 제공되는 일회용 물티슈로 손과 목, 심지어 입까지 닦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일회용 물티슈 제품 중 일부에서 각종 세균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 한라대의 정무상 임상병리과 교수는 지난해 4~6월 제주도 내 대중음식점·커피전문점·제과점 37곳에서 사용 중인 일회용 물티슈 55개를 수거·검사한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이들 티슈는 대부분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90%서 1㎖당 평균 4140개 검출 #패혈증 유발하는 녹농균도 발견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90.9%(50개)에서 세균이 발견됐다. 71개의 균주(유전자 계통이 같은 세균 집단)가 확인됐고, 1ml당 평균 4140개의 세균이 검출됐다. 특히 황색포도알균과 녹농균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위험한 세균도 확인됐다. 노약자, 환자 등이 이들 세균에 다량 노출되면 피부에 고름이 생기고 심할 경우 패혈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세균 번식은 주로 보관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무상 교수는 “물티슈는 수분이 있는 데다 멸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상온에 오래 두면 세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회용 물티슈의 유통기한과 보관 방법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다. 제조 일자만 제품 포장에 표시토록 하고 대장균 검출 여부만 관리되고 있을 뿐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티슈 속의 위험한 세균을 제한하는 기준과 유통기한 규정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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