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담배, 여자는 되레 빨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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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흡연구역에서 20~30대 남녀가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남성들로 흡연구역이 가득 차던 예전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하루에 반 갑을 피우는 회사원 박모(29)씨도 젊은 ‘여성 애연가’ 중 하나다. 대학생이던 8년 전 시험 공부를 하다 우연히 담배를 접한 게 시작이었다. 박씨는 “처음엔 건물 구석에 서 피웠지만 최근엔 흡연하는 또래 여성 이 많아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자료: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교수

자료: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교수

박씨 같은 여성 흡연자들이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홍준·이정아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은 2007~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남녀 흡연자 3만5996명을 분석한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의 흡연 시작 연령은 2007년 평균 25.4세에서 5년 뒤인 2012년에는 23.6세로 1.8세나 빨라졌다. 반면 같은 기간 남성은 18.8세에서 19.1세로 소폭 늦춰졌다.

23세 흡연 시작 … 5년 새 1.8세 당겨져 #남자보다 대사능력 떨어져 건강 위험

특히 여성 흡연자 가운데 19~29세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비율은 2007년 30.5%에서 2012년 44.9%로 대폭 증가했다. 반대로 30세 이후에 시작한 경우는 32%에서 21.7%로 줄었다. ‘여성 흡연’을 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홍준 교수는 “과거와 달리 여성 흡연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이 줄었다”며 “멘솔 담배·슬림 담배 등 여성을 겨냥한 담배 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흡연 시작 연령이 빨라지는 건 건강 관리에 ‘적신호’가 일찍 켜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내 대사 능력이 떨어져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조 교수는 “기존 금연 교육·정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20대부터 흡연하는 여성도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맞춤형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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