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 틸러슨의 강경 메시지 명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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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제 방한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던진 메시지는 예상보다 강경했다. 틸러슨 장관은 어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분명하고 간결한 어조로 대북 강경정책을 예고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으며 지금은 대화 아닌 압박을 할 때”라는 주장이었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북제재를 위한 새로운 묘수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는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16일 미 국무부 측은 “이번 순방에서 구체적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틸러슨, "전략적 인내 정책 끝나" #"중국 사드 보복, 유감스러운 행동" #중 실력자에 보복 중단 요구하길

  그런데도 그의 방한이 의미심장한 건 미국이 6자회담으로 대표되는 대화 중시 전략은 접고 새로운 압박정책으로 나가겠다는 사실을 분명한 톤으로 재확인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틸러슨의 메시지에서 드러났듯 미국은 더 이상은 기만적인 북한과의 대화에는 일절 응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북한과의 20년간 대화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고 전제한 뒤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만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다”고 못 박았다. 누가 듣든 대화가 아닌 힘을 통한 사태 해결의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틸러슨 장관이 도착하자마자 비무장지대(DMZ)로 직행해 남북 대치 상황을 살펴본 것부터 이런 뜻이 반영된 것이었다. 이곳은 1976년 북한군에 의해 미군 대위가 살해된 도끼 만행 사건의 현장이다. 이런 터라 그의 DMZ 방문은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틀림없다.

  그러니 북한은 행여 잘만 하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틸러슨 장관이 분명히 밝혔듯 미국은 북한의 위협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할 태세다. 실제로 그는 “북한이 한국과 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무기 프로그램의 위협 수준을 더 높여 행동을 취해야 할 수준까지 간다면 우리는 행동할 것이다”는 추가 설명까지 덧붙여졌다. 직접적으로 군사적 행동이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얼마든지 ‘예방적 선제타격’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 읽힌다. 이처럼 대북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단호함이 갈수록 확연해지는 만큼 북한은 섣부른 도발이 자칫 김정은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이에 대한 중국 측 경제보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드는 방어용 무기로 이를 막기 위한 보복조치는 불필요하고 굉장히 유람스러운 행동”이라는 지적이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다른 나라의 위협 때문에 자국을 방어하려는 데 대해 큰 나라가 그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중국의 각종 경제 보복에 고통받는 우리로서는 틸러슨의 발언이 여간 반갑지 않다. 여러 번 지적했듯 현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제어할 주체는 미국밖에 없다. 틸러슨이 오늘부터 시작되는 방중 기간 중 중국 실력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확실히 전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