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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서울 역사복원 밀실 추진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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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편 반대 측은 문화재청이 왜 지금 서울시 복원을 들고 나오는지 그 저의에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게다가 복원 사업이 가져 올 교통난도 걱정한다. 광화문을 원형대로 복원할 경우 지금 광화문 앞 도로는 휠 수밖에 없어 교통 혼잡이 가중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다. 600여 년 동안 수도를 이뤄 온 역사도시로서의 서울의 본모습을 되찾겠다는 데 이의를 달기 어렵다. 도시 경관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문화재청 발표는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한 청계천 복원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기에 이번 사업이 오는 지방 선거 내지 대선을 겨냥한 전시 행정이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바람직한 해법은 공론화를 통해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다. 먼저 서울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 보자. 그리고 언제, 어떻게 복원을 진행할 것인지 역시 문화재청이나 서울시가 아닌 제3기관에 의뢰해 공정한 여론조사를 해 보자. 예상컨대 시민 다수는 복원에 공감할 것이지만, 행정부의 일방적 주도 아래 밀실에서 결정하는 것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앙청 건물 해체, 청계천 복원 사업의 경우 관 주도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불만이 없지 않았다.

문화는 사회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생활양식이자 삶의 의미가 부여되는 행위양식이다. 따라서 문화가 올바로 복원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 담긴 역사적 기품, 인간적 향기, 상징적 의미를 제대로 되살려 내야 한다. 더불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교통 문제를 포함한 현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역사의 복원은 서둘러서도 안 되지만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독해할 필요가 없다. 세종로 일대가 서울시민, 나아가 우리 국민 전체의 역사적 자산이라면 치밀한 준비와 개방적 토론에 기반한 문화 거버넌스를 통해 복원해야 한다. 이번 일을 다룬 여러 칼럼을 읽어 보니 조선시대 한양(漢陽)의 모습과 의미를 되새긴 글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이뿐이랴. 3년 전 작고한 원로 가수 장세정씨가 부른 '울어라 은방울'이란 곡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님이 즐겨 부르시던 노래다.

"은마차 금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 사랑을 싣고 가는 서울 거리냐. 울어라 은방울아 세종로가 여기다. 인왕산 바라보니 달빛도 곱네." 오래전 서울 거리에 은마차.금마차가 다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니를 추억하는 한 은방울이 울리는 세종로와 인왕산의 달빛은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활발한 공론화를 통해 뜻 깊은 복원이 이뤄지길 고대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