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일부 친박 의원들에게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 진실이 아직도 안 밝혀졌다며 사실상 헌재 불복 선언을 했다. 참 나쁜 전 대통령이다"고 적었다.
이어서 "국민통합을 위해 마지막 역할 해주길 바랐는데 끝까지 대한민국 두 동강 내는 데 앞장 서는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헌재 결정은 민심을 반영하고 헌법수호 의지를 천명했다"라며 "주권자인 우리 모두가 헌재 뜻을 존중하며 승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의 '신행정수도특별법'에 이른바 '관습헌법'을 이유로 들어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노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그 다음날인 2004년 10월 27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헌법에 대해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면 나라는 근본부터 흔들리고 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