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포장 영양정보 꼼꼼히 읽으면?..."건강도 따라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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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나 편의점에서 사는 과자ㆍ라면ㆍ소스 등 식품의 포장지를 들여다보면 '깨알 같은' 글자가 적혀 있다. 소비자가 식품의 영양 정보를 알기 쉽도록 주요 원재료, 유통기한, 주의사항, 주요 영양소, 열량 등을 표기한 것이다. 무심코 지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자세히 보면 ‘하루 권장 섭취량의 OO %’ 등 도움이 되는 정보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식품 포장에 표시되는 영양정보 예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포장에 표시되는 영양정보 예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평소 이러한 식품의 영양 정보를 챙긴다면 어떤 도움이 될까. 영양 정보를 꼼꼼히 읽는 여성은 건강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은정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교수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54세 여성 4324명을 분석한 논문을 12일 공개했다. 류 교수팀에 따르면 식품을 살 때 영양 정보를 읽는다는 응답은 절반에 못 미치는 46.4%였다. 영양 정보를 읽지 않는다는 비율은 44.9%였고, 아예 영양 정보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밝힌 사람도 8.7%나 됐다.

류은정 교수팀, 19~54세 여성 4324명 분석 공개 #영양정보 안 읽으면 생리 주기 불규칙 최대 1.9배 #나이 어리고 교육 수준 높으면 꼼꼼히 읽는 경향 #"영양정보 잘 챙길 수 있도록 홍보, 교육도 필요"

  연구 결과 식품의 영양 정보를 읽지 않는 여성은 잘 읽는 여성과 비교해 생리 주기가 불규칙할 위험이 훨씬 컸다. 영양 정보를 아예 몰라서 읽지 않는 여성은 영양 정보를 읽는 여성보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할 확률이 1.9배에 달했다. 또한 영양 정보가 있다는 건 알아도 읽지 않는 여성도 읽는 여성보다 위험성이 1.37배 컸다. 생리 주기는 의료계에서 호르몬 불균형 등 여성의 건강을 확인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실제로 비만 여성이 다른 여성과 비교해 생리 주기가 더 불규칙하거나 유방암, 심혈관질환 등이 종잡을 수 없는 생리 주기와 연관이 있다는 기존 연구가 나온 바 있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다는 건 그만큼 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선 나이가 어리고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영양 정보를 꼼꼼히 읽는 경향성도 확인됐다. 류 교수팀에 따르면 식품의 영양 정보를 읽는 여성의 평균 연령은 34.7세였다. 반면 읽지 않는 여성은 36.1세, 아예 영양 정보를 모르는 여성은 38.6세로 나이가 점점 올라갔다. 교육받은 기간이 13년 이상인 비율은 영양표시를 읽은 여성이 49.1%로 가장 높았고 읽지 않는 여성(41.4%), 모르는 여성(22.5%) 순으로 점점 내려갔다.

  류 교수는 "식품의 영양 정보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면 단순 표기에 그치면 안 된다. 영양 정보를 잘 읽는 방법과 저지방 음식 등 몸에 좋은 식품을 고르는 법 등을 홍보ㆍ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식품의 영양 정보가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가 영양 정보를 쉽게 확인하도록 포장지 글자 크기를 키우고 유통기한, 알레르기 여부 등 주요 정보를 표로 정리해서 보여주는 제도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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