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체포된 북한 노동자 140명으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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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사건으로 북한과 갈등하던 말레이시아가 국면 전환에 나섰다. 강경 일변도에서 한 발 물러나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강온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말레이시아, 불법체류 북한인들 집중단속 #총리는 유화전략 "단교 계획은 아직 없어"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8일 의회에서 “북한대사관 폐쇄나 단교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에 친절한 국가다. 싸움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화학무기를 사용한 범죄가 일어난 만큼 말레이시아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또 “북한 정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시사하기도 했다.

유엔도 양측에 외교적 해결을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7일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리는 양측이 진정하고, 의견차가 있다면 외교적 관행을 통해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양국 간 단교 가능성은 줄었지만 대립은 여전히 첨예하다. 8일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서 지금까지 북한 노동자 약 140명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공사 현장이나 탄광 노동자들로, 취업허가증이 만료됐거나 방문비자만 소지한 채 일하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민국과 해양경찰은 7일부터 유효한 취업허가증이 없는 북한 노동자 단속을 벌였다.

이민국 관계자는 첫날 체포된 37명에 대해 “여권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고용주도 관련 서류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취업 허가를 신청했지만 승인되지 않은 기록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1인당 300링깃(약 7만8000원)씩 불법 체류에 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말레이시아엔 현재 약 1000명의 북한인이 체류하고 있으며, 대부분 외화벌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인들의 밀출국을 막기 위한 국경 검문을 대폭 강화했다. 700㎞에 이르는 태국과의 국경 검문소는 물론 싱가포르로 통하는 남쪽 국경에서도 북한인의 출국을 엄격히 통제 중이다. 앞서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에 대한 출국을 전면 금지했으며, 말레이시아도 자국 내 북한인에 대한 출국금지로 맞불을 놓았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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