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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칠검하천산' 韓中 합작 예술고문 쉬 커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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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 배우와 일하고 싶습니다. 누구냐고요? 아직은 저 혼자 마음속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에 온 김에 배우의 생각을 물어 볼 작정입니다. "

무협액션 영화 감독으로 이름난 중국의 쉬커(徐克.53)감독이 12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하 시카프) 행사장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무협소설인 '칠검하천산(七劍下天山)'을 드라마와 만화 등으로 제작하는 한.중 합작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칠검하천산'은 '시카프 프로모션 플랜'의 전략사업으로 선정됐다.

극장용 영화는 그가 직접 연출을 맡고, 드라마에는 예술 고문으로 참여한다. 이를 한국 쪽에서는 만화가 황성씨가 80권짜리 만화로 그려 올 연말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출간하고, 온라인 게임 등으로도 만들 계획이다.

중국 작가 량위성(梁羽生)이 1960년대에 소설로 펴낸 '칠검하천산'은 17세기를 무대로 청나라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7인의 검객 이야기다. 쉬커는 "그동안 TV와 영화에서 무협 장르가 너무 흔해졌다"면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종류의 무협 액션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를 매우 좋아하며, 한국 애니메이션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장 인상적인 한국 배우로 전지현을 꼽았다. '칠검하천산'에도 한국 남자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아직 본인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의 경우 60부작이나 되는 점을 감안해 극장용에만 한국 배우를 캐스팅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팬들에게 80년대 말 '천녀유혼''영웅본색'에서 시작해 '소오강호''황비홍'등 무협 액션물의 제작자 또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본래 TV 연출가로 출발했다. 홍콩 방송사에서 만든 드라마들이 제작자들의 주목을 받자 70년대 말부터 영화계에 데뷔해 홍콩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90년대 말에는 '천녀유혼'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저는 영화감독이자 관객입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때는 늘 새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 같은 마음이고, 작업에 들어가서는 영화인이 되는 거죠. '칠검하천산'은 작은 화면(TV)으로나 큰 화면(영화)으로나 모두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작품이 될 겁니다. "

90년대 중반 할리우드에 진출해 장 클로드 반담 주연의 '더블 팀'등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아시아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일하려면 아시아적인 틀을 벗어야 하는 동시에 아시아적인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면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라고 말했다.

'칠검하천산' 역시 아시아 전역을 겨냥한 프로젝트다. 한때 홍콩영화 팬들의 집산지였던 한국이 최근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두고 그는 "아시아 전체의 훌륭한 문화적 교류"라면서 "저는 중국 또는 홍콩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라도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언젠가는 '측천무후'나 '금병매'처럼 중국 고전과 역사에 나오는 개성이 강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고 싶다고 했다.

'칠검하천산'을 만화로 펴내는 국내 출판사는 박봉성.고행석.야설록.황성 등 만화가들이 만든 '대한민국 만화중심'이다. 이들은 올 가을부터 중국내 인터넷 포털을 통해 한국만화를 유료서비스하는 등 중국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글=이후남,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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