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 호지슨 지음, 이은정 옮김, 사계절
509쪽, 2만8000원
유럽의 재발견
볼프강 슈말레 지음, 박용희 옮김
을유문화사, 424쪽, 2만원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고 해서 유럽의 역사를 영국사로 환원시킬 수 없는 것처럼, 산업혁명이 처음으로 확산된 지역이 유럽이라고 해서 세계사를 유럽사로 환원시킬 수는 없다." 이슬람역사전문가 마셜 호지슨(1922~68)은 '마셜 호지슨의 세계사론'에서 서구중심 역사관을 통렬히 공격한다. 대신 아프로-유라시아(아프리카.유럽.아시아), 그중에서도 이슬람 문명권이 세계사의 주요 무대였음을 힘주어 얘기한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비롯해 서구중심 역사관을 비판하는 저서는 그동안 꽤 발표됐지만, 호지슨의 저술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1940년대부터 '전지구적 역사인식'을 시도했던 선구적 학자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럽(서구) 다시 들여다보기'는 '유럽의 재발견'에서도 흥미롭게 제기된다. 빈 대학 근대사 교수인 저자는 '유럽사'를 유럽이라는 지리적 영역 안에서 벌어진 개별 사건들의 나열로 보지 않는다. 대신 설화.그림.신화.담론 등 유럽을 둘러싼 개별 그림 조각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유럽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의 큰 그림을 그린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