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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퍼트 머신, 박인비 복귀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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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골프 여제’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화려하게 귀환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 장하나(호주여자오픈)-양희영(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박인비가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은 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돌아온 퍼트 머신

 지난 4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에서 끝난 HSBC 위민스 챔피언스 3라운드. 이날 1타를 줄이는데 그친 박인비는 곧장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33개의 퍼트를 했다. 
 시즌 네 번째인 이번 대회엔 세계랭킹 톱10 이내의 선수가 모두 나왔다. 3라운드까지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톱 10 선수는 4명이나 될 만큼 우승 경쟁이 치열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8개월 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박인비의 세계랭킹은 12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세계랭킹보다 박인비가 더 신경을 쓴 것은 떨어진 경기 감각이었다. 지난 주 복귀전이었던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선 공동 25위에 그쳤다. 박인비는 "샷 감각이 A학점이라면 쇼트게임은 B나 C"라며 "쇼트게임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마지막날 선두 미셸 위(28·미국)에게 3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4번 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최종 라운드 초반은 3라운드처럼 퍼트 감각이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5번 홀에서 첫번째 버디를 잡아낸 이후 '퍼트 머신' 의 위용을 되찾았다. 6번 홀 버디에 이어 8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5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9번 홀 6m, 10번 홀 4m, 11번 홀 5m 등 만만찮은 거리의 퍼트를 쏙쏙 집어넣었다. 

 지난해 부상 이후 몸을 추스리는 동안 박인비의 샷은 더 견고해졌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나흘 동안 티샷을 딱 한 차례만 빼고 모두 페어웨이에 떨어뜨렸다. 아이언의 그린 적중율도 88%나 됐다. JTBC골프 임경빈 해설위원은 "손가락 부상 이후 스윙 교정을 하면서 아이언 샷이 더 견고해졌다. 최종일 퍼트를 보면 전성기 때로 완전히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2015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1년 4개월 만에 거둔 우승. 통산 18승을 거둔 박인비는 "3라운드가 끝난 뒤 퍼트 때문에 화가나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나도 믿기지 않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22·태국)은 잘 싸웠지만 박인비를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3번 홀까지 2타 차. 쭈타누깐은 14번 홀(파4)과 17번 홀(파3)에서 샷을 1m에 붙여 버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홀에서 박인비가 내리막 3m, 9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키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쭈타누깐은 박인비에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 데뷔전 3위 합격점, 4위 미셸 위 성적만큼 의상으로 뜨거운 주목

‘박성현 홀릭’에 빠진 싱가포르

‘수퍼 루키’ 박성현(24·하나금융그룹)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박성현은 마지막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를 기록, 합계 16언더파로 단독 3위를 차지했다.
 데뷔 전 15위 이내 입상이 목표라고 했던 박성현은 첫 대회부터 챔피언 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다. LPGA투어 역사상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1951년 이스턴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비벌리 힐스(미국) 뿐이다.
 박성현은 경기 초반 2타를 줄이면서 한때 공동선두에 나섰다. 8번 홀(파5)에서는 '닥공(닥치고 공격) 골프'로 갤러리들을 매료시켰다. 파 5홀인 이 홀에서 박성현은 드라이브샷에 이어 아이언으로 2온을 시켜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그린 왼쪽 앞 해저드를 의식하지 않고 과감한 샷을 날렸다.

 그러나 중요한 승부처에서 뼈아픈 실수가 나왔다. 박성현은 7번 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려 첫 보기를 했다. 11번 홀(파4)에서는 첫 번째 버디 퍼트가 너무 긴 탓에 2m 거리의 파 퍼트도 놓치면서 보기를 했다. 추격의 기회를 놓친 결정적 실수였다.  
 박성현은 그러나 버디 2개를 추가하면서 단독 3위로 데뷔전을 마쳤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첫 대회부터 경쟁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선두권 선수 중 아이언 샷 정확도(70%)가 가장 떨어졌다. 그렇지만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끈한 의상입고 화끈한 샷 날린 미셸 위

3라운드까지 2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던 미셸 위는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과감한 의상 탓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셸 위는 전날에 이어 마지막날도 양쪽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민소매 스타일의 티셔츠와 몸에 쫙 달라붙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경기를 했다. 그러자 골프팬들의 의견은 양쪽으로 갈렸다. “너무 선정적”이라며 미셸 위의 의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늘씬한 각선미가 드러나서 보기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셸 위가 3,4라운드에서 입은 노출이 심한 티셔츠는 '레이서 백(Racer back)' 이라고 불리는 골프 전용 셔츠다. 땀을 빠르게 발산하고 등 부분이 자유로워 스윙을 편하게 해준다. 치마 역시 다른 선수들이 입는 큐롯(치마바지)과 다르다. 미셸 위는 대회 2라운드와 4라운드 때 앞이 짧고, 뒤가 긴 비대칭 스타일의 나팔 치마를 입었다. 미셸 위의 스폰서인 나이키골프는 “레이서 백은 다른 스포츠에서는 이미 많이 착용하는 스타일이지만 골프용으로는 지난 해 처음 나왔다. 개성이 강한 미셸 위가 파격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레이서 백을 즐겨입는다”고 설명했다.
 미셸 위는 마지막날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합계 14언더파 공동 4위. 미셸 위는 2014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크고작은 부상 탓에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상금랭킹 105위로 투어 시드를 잃었다. 이번 대회전까지 세계랭킹이 179위로 떨어진 상태였다. 올 시즌 메이저 우승자에게 부여되는 1년 시드를 받고 간신히 대회에 출전했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ㄱ’자 퍼트 자세를 버리고 퍼트 자세를 교정한 끝에 이번 대회에서 의미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미셸 위는 “다시 골프가 즐거워지고 있다. 코스 안에서 최대한 골프 경기를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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