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멀리 보낸다, WBC 겨눈 ‘고척돔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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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서울라운드·6~9일) 기자회견에서 A조 한국·네덜란드·이스라엘·대만 감독은 약속이나 한 듯 “우리 팀은 투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WBC가 시즌 개막 직전 열리다보니 각국 핵심투수들이 많이 빠지긴 했다. 상대적으로 타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단기전 특성상 거포들의 ‘한방’에 승부가 갈릴 수 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누가 ‘고척돔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을까.

서울라운드에 최고 슬러거 집합 #이스라엘 데이비스, MLB 81홈런 #네덜란드 발렌틴 ‘아시아 홈런킹’ #인기·실력 린즈셩, 대만 최고스타 #이대호는 9경기 연속 홈런 신기록

한국의 첫 상대 이스라엘에선 좌타 1루수 아이크 데이비스(30·LA다저스)를 꼽을 수 있다. 데이비스는 빅리그 데뷔 첫해였던 2010년 홈런 19개 를 쳤다. 통산 665경기에서 타율 0.239, 81홈런·291타점을 기록 중이다. 정확성은 좀 떨어져도 파괴력은 위력적이다. 뉴욕 메츠에서 뛴 2012년엔 32홈런을 쳤다. 고척돔에서도 데이비스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지난 1일 훈련에서 외야 2층까지 날아가는 홈런타구를 만들었다. 2일 경찰청과 평가전에서도 호쾌한 2루타를 때려냈다.

네덜란드의 슬러거하면 단연 블라디미르 발렌틴(33·야쿠르트)이다. 발렌틴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특히 2013년엔 60홈런으로 오 사다하루(1964년·55홈런)의 일본 기록과 이승엽(2002년·56개) 아시아 기록도 갈아치웠다.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제치고 타순 4·5번 배치가 유력하다. 발렌틴은 2004 아테네 올림픽, 2013 WBC, 2015 프리미어12 등에 출전해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2013 WBC에서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끈 발렌틴은 “이번엔 결승 진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발렌틴은 3일 국군체육부대와 평가전에서 4번 타자로 나와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11-1 승리를 이끌었다.

대만의 강타자라면 역시 린즈셩(35·중신)이다. 그는 외성인(중국 본토 출신)이 아닌 대만 원주민인 아미족 출신이다. 아미족은 대만에서 비주류지만, 체격이 좋아 야구계만큼은 주류다. 키 1m83㎝, 체중 108㎏인 그는 13시즌 동안 홈런 241개를 쳤다. 지난해에는 34홈런을 기록했고, 2015년엔 30(홈런)-30(도루)도 달성했다. 인기와 실력을 두루 갖춘 그는 별명까지 ‘대사형(大師兄)’이다. 대만야구 전문가인 김윤석 전력분석원은 “대만이 완벽한 전력으로 팀을 꾸리지 못해 린즈셩에게 많이 의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역시 이대호(35·롯데)다. 그는 2010년엔 9경기 연속홈런이라는 세계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92타수 14홈런을 쳤는데, 풀타임으로 출전했다면 30개까지도 때려냈을 만한 장타력이다. 평가전에선 5번을 쳤던 그는 지난 2일 상무와 연습경기에서 4번으로 나왔다. 부담을 버텨낼 배짱과 경험을 두루 갖췄다. 평가전에선 타격감을 찾지 못해 애먹었지만, 상무전에서 2루타를 포함해 안타 2개를 쳤다. 이대호 앞뒤로는 김태균(35·한화)과 최형우(34·KIA)가 포진한다.

JTBC가 한국 대표팀의 WBC 전 경기를 단독 생중계 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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