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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도 요통에 침 치료 권해…약보다 부작용 적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박정렬 기자]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 "침과 한약은 허리디스크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봉침을 맞으면 알레르기로 고생한다”

한의학과 관련된 속설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수 천년 간 임상에서 활용됐다지만 아직도 효과에 의구심을 갖는 환자가 많다. 자생한방병원 하인혁 척추관절연구소장은 과학적, 객관적으로 한의학의 효과를 연구, 검증하는 한의사다. 이미 앞선 질문 모두에 “NO”라고 답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SCI급 국제 학술지에 잇따라 발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한의학의 객관적 검증은 환자를 위한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의학의 효과 검증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SCI급 국제 학술지에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한의학의 객관화, 과학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한의학은 경험의학으로 오랜 시간 효과와 안전성이 임상적으로 증명됐다. 그런데도 현대의학의 신약 개발과정과 다르다 보니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중국의 투유유 여사는 한의학 처방에서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했다. 한의학도 얼마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환자가 이득을 볼 수 있고, 한의학, 한의임상도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뿐 아니라 환자 진료도 병행한다. 장점이 있나.

“침과 한약은 각각 효과적인 질환과 처방 시기가 있다. 예컨대 침은 밤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보다는 낮에 활동 시 통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더 잘 듣는 식이다. 통증도 여러 종류가 있고 이에 따라 맞춤 처방이 각각 다르다.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연구, 효과적인 연구를 계획하는 데 실제 진료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 좋은 논문을 낼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자생한방병원 하인혁 척추관절연구소장이 한의학의 효과와 연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주류 학술지는 대부분 현대의학 중심의 연구 결과가 실리는데, 한의학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을 개제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

 “현대의학 관련 저널과 비교해 한의학 관련 저널은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 만큼 논문 발표가 어려운 건 맞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연구 결과는 현대의학의 주류 학술지에 꾸준히 발표해 내용이 실리고 있다. 침 같은 경우 해외에서도 더 이상 신비롭게 받아들이지 않고 치료 도구로 본다. 관련 연구도 학술지에서 많이 받아준다. 예컨대 급성요통에 한방 침 치료(동작침법) 효과는 통증 관련 저널 26개 중 인용지수(IF)가 가장 높은 '통증(PAIN)'지에 게재됐다. 올해도 척추 수술 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수술 후 실패증후군 환자의 한방 치료 효과가 ‘플로스원‘에 개재됐다. 다만, 연구 과정보다는 제도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든다. 한의학 효과를 현대의학적으로 증명하려면 의료기기를 활용해 해부학적 변화를 탐구하고 혈액 검사 등의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우리나라에서는 한의사가 못하게 막혀있다. 의사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데, 이를 꺼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상위권 학생이 한의학과에 진학한다. 중국과 비교해 과학적인 역량이 훨씬 뛰어나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양한방 대립 구조에서 오는 문제, 또 그로 인한 제도적 장벽에 한의학 연구에 제한이 큰 상황이다. 중국은 중의학과 결합된 현대의학을 정책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그 결과 노벨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상황이 못돼 안타까운 마음이다”

-연구를 위해선 임상 데이터가 필수인데.

“그렇다. 목적 없이 데이터만 모으면 활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환자의 데이터를 모으기 전에 어떤 용어를 사용할건지 그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정하고 모을 필요가 있다. 이런 ‘레지스트리 연구’를 위해 환자의무기록(EMR)을 전산전문가와 함께 끊임없이 개발, 발전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쉽게 말해 과거에 쓰던 한의학 용어를 고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예컨대 신우요통(신장이 허해 발생하는 허리통증)은 오늘 날 퇴행성 디스크와 유사하다.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기록하는 것을 꼭 신우요통이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물론 표현은 달라져도 처방은 임상에서 효과적인 그것 그대로를 가져간다. 과거의 용어를 고수하면 일반인도, 다른 나라의 의과학계도 이해를 잘 못한다. 이런 용어를 매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의학 내부에서도 여러 용어가 쓰이고 있는데, 이를 소통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문을 쓰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용어의 통일을 위해서다. 후학(後學)들이 한의학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기도 하다”

-척추 관절 치료는 신경외과,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수 많은 진료과(科)가 경쟁하는 ‘레드오션’이다. 현대의학과 비교해 한의학의 장점은 무엇이라 여기나.

“2월 초 미국내과학회가 10년만에 요통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급성, 아급성 요통의 1차 처방으로 약물보다 침, 수기치료(추나 등) 등 한의학적 치료를 권고했다. 치료 시 꼭 약물을 써야 한다면 마약성 진통제나 스테로이드 등을 쓰지 말라고도 했다. 부작용 보고가 적고 치료 효과가 좋은 한의학을 1차 처방으로 꼽았다고 볼 수 있다.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 오랜 시간 치료해야 하는 만성 통증 환자에게 한의학은 좋은 치료법이다. 한의학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수술을 권한다. 척추 관절 치료에 치료법을 선택할 때, 의료인의 2차 의견(세컨드 오피니언) 청취에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포함시키는 게 환자에게도 이득이라 생각한다”

-한약을 오래 복용하면 간 손상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 병원에서 약 7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한약의 간 독성은 없고 오히려 간이 좋아졌다. 한약을 우리나라만 쓰는 게 아니다. 중국, 일본은 물론 유럽에 쓰는 허브류도 넓은 의미의 한약이라 볼 수 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처도 2012년부터 hGMP, 즉 우수 한약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오히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진통제가 간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

-체했을 때 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는 것도 한의학적 치료라고 볼 수 있나.

체했다는 것 자체가 기가 억류되었다고 한의에서 보는데 그럴 경우 의서에도 사지말단에 자극을 하거나 피를 뽑는다는 방책이 적혀있다. 한의학적 치료법이 일상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예다. 하지만 산에서 약초를 캐어 달여 먹거나 침을 맞는 등 스스로 한의학적 치료를 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한의학이 너무 들어가있다 보니 생기는 폐해가 많아서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는 스스로 침이나 뜸을 뜨는 과정에서 상처가 생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약초 또한 각각 독성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그냥 사용하거나, 어느 정도 기간에 먹어야 하는 지도 모르고 먹다가 탈이 난다. 전문가의 처방을 받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2018년부터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항목에 적용될 예정이다. 도수치료나 카이로프랙틱과 비교해 장점이 무엇인가.

“도수치료가 아픈 부위를 다룬다면 추나요법은 전신 균형을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예컨대 허리통증이 있을 때 도수 치료는 허리를 주로 만지지만 추나요법은 허리와 함께 목을 먼저 교정하기도 한다. 고개가 틀어진 사람은 시선 자체가 틀어져서 보상 작용으로 허리가 뒤틀린다. 통증 재발을 막으려면 허리와 함께 목을 치료해야 하는 데, 추나요법에는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의사가 직접 치료에 나서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 카이로프랙틱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개발된 방식이다. 덩치와 골격이 큰 사람에게 알맞다. 오히려 한국인에게 이런 치료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연구 방향이 궁극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현대의학은 발견의 과정이다. 어떤 병을 치료하기 위해 화학적 물질을 두고 이를 세포와 동물에 적용한 뒤 인간까지 확대한다. 반면 한의학은 증명하는 과정이다. 현대의학과 정반대로 이미 수 천년 전부터 쌓아온 임상 연구가 효과가 있는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한의학에서 어떤 방식으로 증명을 해야 하나, 한의학적 연구 방법론이 지금으로썬 가장 큰 숙제다.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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