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팀, 한저 옵서예" 부천 SK 연고지 제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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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로축구 부천 SK가 제주도로 연고지를 이전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이사회를 열고 SK의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SK와 제주도는 3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연고 협약 조인식을 연다. 팀명은 '제주 유나이티드 FC'다. 이로써 SK는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를 연고지로 하는 팀이 됐다.

SK의 이전은 제주도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부천시의 태도가 맞물려 이뤄졌다.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SK에 이전 비용으로 각각 10억원씩 지원하고, 서귀포시에 숙소와 훈련장 부지를 제공한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을 1년간 무료 임대하고 제주도 내 3개 연습구장도 무료 제공한다. SK 구단과 원정팀 선수단에는 할인된 항공요금(20~50% 할인)이 적용된다.

지봉현 제주도 문화스포츠국장은 "프로구단 유치를 계기로 온화한 기후와 훌륭한 시설을 갖춘 제주도가 스포츠 메카로 거듭난다면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SK는 부천에서 관중 유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지난해 후기리그 2위, 통합순위 4위를 기록했지만 홈 경기 평균 관중수 최하위(2904명)의 불명예를 안았다. 숙소 문제가 연고지 이전의 직접적인 빌미가 됐다. SK는 지난해 숙소와 훈련장이 있는 인천 용현동 부지가 매각된 후 부천시에 시유지 불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제주행'을 은밀히 타진해 왔다.

연고지 지자체의 소극적인 지원에 실망해 프로 구단이 연고지를 옮긴 사례는 적지 않다. 천안을 근거지로 삼았던 일화는 천안시가 낙후된 경기장 보수에 난색을 보이자 2000년 성남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FC서울은 안양시가 전용구장을 지어주기로 약속했다가 예산 문제를 들어 이를 철회하는 등 구단의 요구를 외면하자 2004년 서울로 이전했다.

한편 부천 SK 서포터스 모임인 '헤르메스'는 SK의 갑작스러운 연고지 이전에 강하게 반발했다. 부천시 축구협회 안상준 전무이사는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확실한 대안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영재.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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