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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조작 파헤친 '디시', '황구문학상' 열풍 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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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과 함께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된 것임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과학갤러리에 '문학상'열풍이 열고 있다.

지난달 31일까지 응모작 접수를 받은'황구문학상'이 바로 그것으로 네티즌들은 시와 소설 등을 패러디해 황우석 사태를 풍자하고 있다.

당선작은 네티즌들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4일 발표될 예정이며 "수상작에는 배반포 101개와 라면 한 상자를 부상으로 준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네티즌들의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응모작들은 시와 소설을 비롯,수필과 시조 및 가요와 동요 등으로 그 분야도 다양했다.

뒤늦게 문학상 소식을 접하고 마감시간을 맞추지 못한 네티즌들은 '제2회 황구문학상'을 열어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마감후 문학상'을 만들겠다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출품작은 시부문이 단연 압도적이다.

이육사의 '청포도'를 패러디한 시 '배반포'는 네티즌들의 배꼽을 잡는다.

"내 고향 수의대는/배반포가 익어 가는 시절//체세포 줄기가 주저리주저리 열리고/지원금,후원금이 낚이며 푼푼이 들어와 쌓여//네이쳐,사이언스가 논문을 받고/스너피 복제개가 곱게 뛰어서 놀면//내가 바라는 형님은 적절한 시기에/퇴촌 농장에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허브에 소장을 꿰차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조교야,이번 명절엔 라면박스에/싱싱한 소고기를 마련해 두렴.//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이 집 저 집 옮아가며 배달하게나."

권대기 연구원의 관점에서 만들어봤다는 윤동주의 '서시'패러디는 이렇다.

"죽는 날까지 사이언스에 우러러/한 점 뽀록남이 없기를,/브릭에 이는 의혹에도/나는 괴로워했다//포토샵을 돌리는 정성으로/모든 배반포를 줄기세포로 조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고기를/배달해야겠다.//고민이다 오늘도 실패다 미치겠다."

'서시'와 함께 윤동주의 '별헤는 밤'과 '쉽게 쓰여진 시'도 응모작으로 나섰다.

"영롱이 우유통 차던 목장에는/떡밥 문 기자들로 가득차 있읍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세계를 대롱대롱 다 낚을 듯합니다./머리속에 하나 둘 떠오르는 구라를/미쳐 다 못치는 것은/자칫 뽀록이 나는 까닭이요/선종이 뽀샵질이 덜 끝난 까닭이요/아직 나의 후원금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헤는 밤'패러디)

"청계천에 황빠들이 속살거려/줄기세포는 남의 기술,//사기꾼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논문을 적어볼까,//X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보내주신 난자와 연구비 봉투를 받아//포토샾을 끼고/늙은 교수의 포토샵 강의 들으러 간다.//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 교수들/하나,둘,죄다 잃어 버리고//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홀로 조작하는 것일까?/논문은 쓰기 어렵다는데//사이언스지에 이렇게 쉽게 게재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줄기세포는 남의 나라/청계천에는 황빠들이 속살거리는데,//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최후의 나//나는 나에게 작은 최면을 걸어/눈물과 말빨로 구라치는 최초의 사기꾼."('쉽게 쓰여진 시'패러디 '쉽게 씌어진 논문')

연애편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김춘수의 '꽃'도 네티즌들은 놓치지 않아 "내가 구라를 치기 전에는/나는 다만/한 명의 평범한 교수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나의 이름을 사이언스에 올렸을 때/많은 이들이 나에게로 와서/황빠가 되었다."로 패러디됐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알고 가는 이의…"로 시작되는 이병기의 '낙화'는 이렇게 바뀌었다.

"들통 날 때가 언제인가를/뻔히 알면서도 우기는 황구라의/뒤통수는 얼마나 싹아지 없는가.//사기 한 철/고기배달을 인내한/구라의 자금줄은 끊어지고 있다.//분명한 사기/알럽황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빡빡 우길 때,//조작된 논문과 그리고 머지 않아 가야 할 깜방을 향하여//구라의 줄기는 애시당초 없었다.//우겨보자/하나면 어떻고 세 개면 어떤가/홀라당 홀라당 선종이에게 뒤집어 씌우던 어느 날//구라의 사기,구라의 뻥,/쓰레기통에 파리 꼬이듯 썩어가는/구라 꼴통의 썩은 눈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황의 침묵'으로 이름을 바꿔 "구라도 사람의 일이라 구라칠 때에 미리 들통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뽀록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로 패러디됐다.

유치환의 '깃발'은 논문조작을 밝혀낸 과갤과 황빠들 간의 논란을 풍자하는 데 활용됐다.

"이것은 실체 없는 음모론/저 무뇌 황빠를 향하여 던지는/영원한 과갤러들의 낚싯대/떡밥은 도배같이 게시판에 올라가고/오로지 그럴싸한 떡밥의 립흘 끝에/ 황빠는 고기처럼 낚여서 온다./아아 누구던가./이렇게 퍼덕퍼덕 낚이는 황빠를/맨 처음 구라로 만선한 그는."

한 네티즌은 서정주의 '국화옆에서'를 '구라옆에서'라는 제목으로 패러디해"한송이 구라꼬찰 피우기 위해/봄부터 선종새(끼)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라고 비꼬았으며 "조작이 들킨다 뭔 일 있겠소/후원금은 공으로 먹으랴오/피디수첩 오걸랑/병원에 누워도 좋소."(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패러디 작품도 등장했다.

시를 제외한 다른 분야 응모작 중에서는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를 개사한 동요부문의 '논문조작 황굴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요리보고 저리봐도 있지않는 줄기~ 줄~기/구라치고 나타나 쉣튼을 만났지만//160억조 년전이 너무나 그리워/보고픈 줄기찾아 모두함께 나가자 아아~ 아아~//외로운 굴하는 그래서 논문조작/라멘 라멘 굴하는 고짓말 뻥쟁이//외로운 굴하는 그래서 논문조작/라멘 라멘 굴하는 세계적 낚시꾼~♪"

네티즌들은 특히 "불러보면 더 웃긴다"며 성원을 보내고 있다.

시조인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 패러디("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줄기세포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또 어떠리./우리도 이같이 구라쳐서 전세계 낚아보세")등도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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