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폭탄 점화일"…한진해운 정리매매 시작

중앙일보

입력

파산 선고를 받고 곧 상장폐지되는 한진해운이 23일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갔다.

실패 가능성 높아

정리매매는 상장 폐지되는 종목을 샀던 기존 투자자에게 조금이나마 돈을 남길 수 있게 마지막 거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정리매매 기간은 7일이다. 이걸 끝으로 한진해운은 다음달 7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날 한진해운 주가는 급락했다. 오전 11시 현재 직전 종가보다 416원(53.33%) 떨어진 364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초가는 56.15% 내린 342원이었다.

보통 정리매매가 시작되면 주가는 전보다 80~90% 가량 폭락한다.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종종 이유도 없이 수백퍼센트씩 치솟기도 한다. 실제 24일 상장폐지를 앞두고 15일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간 코스닥업체 프리젠은 첫날 454% 치솟으며 51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후 사흘간 쭉 빠지며 1000원대로 내려앉았고 이날 11시 전날보다 46% 빠진 10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정리매매 종목의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이 기간 중엔 상하한가에 대한 가격 제한폭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는 아래위 30%로 가격 변동이 제한되지만 이 기간에는 무한대로 뛰거나 빠질 수 있다.

또 30분마다 단일가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하루에 13차례 매매가 가능하다. 이 때 주가가 크게 움직이면 차익을 내기가 용이하다.

이런 점을 노리고 주가가 폭락한 정리매매 종목을 대거 사들인 뒤 가격 폭등을 유도해 단기로 차익을 내는 전문 '꾼'들도 적지 않다. 내가 들고 있을 때 터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폭탄 돌리기'다.

실제 한진해운 정리매매를 앞두고 온라인 증권투자 커뮤니티에는 "오늘이 폭탄 점화일"이라거나 "역대급 정리매매"라는 등 개인 투자자를 부추기는 글도 다수 게재됐다.

하지만 통계상 이런 폭탄 돌리기는 늘 실패로 끝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하반기 이후 상장 폐지된 16개 종목의 정리매매 기간 수익률은 평균 -85.4%였다. 단타를 노렸다가 쪽박을 차게 된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한진해운은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채무를 완전히 갚지 못한다면 회사 재산을 주주에게 배분할 수 없다"며 "투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청산할 예정이라 재상장되거나 주식이 장외거래될 여지가 없다"며 "투자 결정력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를 위해 정리매매 기간에도 가격 제한폭을 두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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