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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후유증 '피부질환'… 가렵다고 긁지말고 냉수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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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K씨(38)는 최근 다녀온 휴가를 생각하면 악몽을 꾼 것 같다. 숲속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는데 다음날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어서 피부를 보니 온몸이 울긋불긋 부풀어 오르더라는 것. 남은 휴가일정을 포기하고 앞당겨 찾아간 피부과에서 내린 진단결과는 독나방 유충에 의한 피부염. 송충이처럼 생긴 독충이 몸속에 들어가 연약한 아이의 피부에 염증을 일으켰던 것이다.

휴가 후유증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피부손상이다. 자외선에 의한 화상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해충.오염물질과의 접촉이나 세균 감염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흔한 질환이 접촉성 피부염이다. 풀에 스치거나 곤충.꽃가루.나방가루에 접촉한 경우, 또 오염된 물에서 오랜 시간 노출됐을 때 나타난다. 팔목이나 겨드랑이.무릎 뒤 등 닿은 부위가 빨갛게 돋으면서 가렵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는 "인체에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독나방은 노랑나방"이라며 "나방 날개 밑에 붙어 있는 가루나 애벌레 독침이 살갗 속에 박혀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증가하는 질환이 해파리 피부염이다. 바다에 들어갔다가 해파리가 물거나 접촉해서 발생한다. 회초리에 맞은 것처럼 띠를 두른 듯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과개원의협의회 허훈 홍보이사(허훈 피부과)는 "국내 해수욕객에선 보기 힘든 피부질환으로 이는 외국 해파리의 독이 심하기 때문"이라며 "심한 경우 견딜 수 없이 따갑고 고열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접촉성 피부염이 진행하면 붉은 반점과 함께 눈 결막염이나 목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가렵지만 긁거나 문지르는 것은 금물. 대신 시원한 물로 해당 부위를 부드럽게 씻어내면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반감된다. 스테로이드 크림이나 로션을 하루 두 세 차례 발라준다.

감염성 질환의 대표적인 질환은 농가진이다. 농가진은 벌레에 물렸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아이가 환부를 긁어 생긴 상처에 연쇄상구균이 침투해 생기는 피부병이다. 5~10㎜의 맑거나 노란 색 물집이 생기며 빨갛게 번진다. 특히 물집 주위가 몹시 가려워 조금만 긁어도 터지면서 진물이 나다가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전염성이 무척 강하다는 것. 하루 만에 쌀알만한 반점이 메추리알 크기로 변해 몸 전체로 퍼진다.

이교수는 "손으로 만지는 곳은 어디든지 감염되기 때문에 진물이나 화농이 손을 통해 쉽게 친구와 형제들에게 옮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이의 손을 항상 청결히 하고, 피부를 긁지 못하도록 손에 붕대를 감아두거나 옷.수건.침구를 소독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농가진은 급성신장염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 병이 넓게 퍼졌을 때는 방심하지 말고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몸을 깨끗이 닦고 항생제를 사용하면 농가진은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여름철 물놀이 후 청소년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이 완선이다. 곰팡이가 원인균으로 물놀이 후 몸을 말리지 않거나 며칠간의 산행으로 몸을 닦지 못한 경우 습한 사타구니에 기생한다.

허원장은 "남자들이 드러내놓고 치료하는 것을 부끄러워해 약국에서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습진 약을 바르면 오히려 악화하는 수가 있다"며 "항진균제를 쓰면서 피부가 건조하도록 통풍을 잘 유지할 것"을 권했다.

단 증세가 좋아져도 4~6주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약을 복용하고 발라줘야 한다. 특히 비만한 청소년의 경우 치료가 잘되지 않고 재발이 잦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고종관 기자

<사진 설명 전문>
휴가철 해충에 물리거나 오염물질 접촉으로 인해 휴가가 끝난후 피부 손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은 대공원에 나들이 나온 가족이 아이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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