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아랍권 갈등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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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를 풍자하는 만화를 실었다가 온 이슬람권을 적으로 만들었던 덴마크 최대 신문사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덴마크 신문 '윌란스 포스텐'의 카르스텐 유스테 편집국장은 지난달 30일 "우리 만화가 덴마크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무슬림(이슬람교도)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은 분명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서구에서는 역사적 인물이나 유명인사에 대한 풍자가 일상적이지만 무슬림은 마호메트를 풍자하는 것을 대단히 불경스러운 것으로 간주한다.

윌란스 포스텐은 지난해 9월 말 마호메트를 풍자한 12개의 만화를 게재했다. 이 중 마호메트가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 모양의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그림이 무슬림의 가장 심한 반발을 샀다. 이 신문의 문화담당 에디터는 경찰의 보호를 받다가 결국 미국으로 피신했다. 만화가들은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이달 들어 노르웨이의 한 기독교 잡지가 이 만화를 그대로 전제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윌란스 포스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에서는 지난달 30일 무장단체가 유럽연합(EU) 사무소에 밀어닥쳐 기습 점거 시위를 벌였다. 리비아는 덴마크 코펜하겐 주재 자국 대사관 폐쇄를 선언했다. 요르단에선 의회가 만화가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급기야 덴마크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덴마크.노르웨이의 인접국인 스웨덴도 "오인 피해가 있을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예루살렘의 스웨덴 영사관에는 '즉각 철수하라'는 경고문이 도착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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