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전직 경찰 "두테르테 지시로 암살단 운영"

중앙일보

입력

필리핀 전직 경찰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 시장 시절 범법자를 살해하는 암살단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CBS는 전직 경찰관인 아르투로 라스카냐스가 인권변호사 단체와 함께 필리핀 의회에서 이 같은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아르투로는 자신이 ‘다바오 암살단’에 가담했으며 마약을 복용했던 자신의 형제 2명을 직접 죽였다고 주장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암살단은 마약 범죄에 연루된 우두머리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점차 심판의 대상이 넓어졌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징벌자(The Punisher)'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대통령.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징벌자(The Punisher)'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대통령.


그는 두테르테의 지시를 받고 한 유괴사건에 연루된 용의자의 가족 전원을 살해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지시를 이행한 뒤 시장실에서 포상금을 받았다고도 했다. 또 두테르테에 비판적인 기자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아르투로는 지난해 10월에도 다바오 암살단의 존재에 대해 증언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자신의 가담에 대해선 부인했었다. 그를 돕는 한 인권변호사는 “이번 기자회견으로 두테르테를 탄핵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필리핀에선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마약 범죄 연루자 7000여 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자신도 지난해 12월 마약 범죄자를 직접 살해한 적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필리핀 여론은 두테르테의 강력한 조치를 환영하는 쪽과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쪽으로 갈라져 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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