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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학생의 토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7일·하오5시 고대 대운동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주최로 이날 열릴 예정이던 「민주조국 건설을 위한 양김 초청 정책공청회」는 『양김씨중 1인만의참여는 민주주의를 위한 대동단걸을 해친다』는 이유로 주최측에 의해 취소되자 이를 알지 못해 모여든 학생과 시민 등 1만 여명이 즉석 시국토론회를 벌였다.
이에 앞서 시민 5백 여명은 공청회를 취소한 「전대협」의 결정에 항의,「김대중」등의 구호를 외치며 소란을 피우다 학생들의 야유에 밀려 운동장 한구석에 따로 자리를 잡고 집회를 가지려 했으나 대세에 밀려났다.
『개헌보다 파쇼 타도가 우선입니다. 민주당과 김대중씨의 직선제 개헌 요구는 자기만의 이익에 급급한 것입니다.』 해고노동자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20대 근로자의 발언에 일부 시민들이 신문지를 던지거나 야유를 보냈고, 학생들은 격려의 박수를 치는 소동 .
이 소동은 『우리끼리 싸우러온 것이 아니다』라는 사회자의 설득으로 5분만에 겨우 진정됐다.
『민주화는 분명 오고 있다. 투표로써 혁명을 하자. 이 사람도 싫다. 저 사람도 싫다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정치는 정치인이, 공부는 학생이』라고 주장하던 40대 시민은 학생들의 야유를 한동안 받아야했다. 하단하는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학생의 발언은 시민들이, 시민들의 발언은 학생들이 야유하며 3시간 남짓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모였던 시민들은 과격구호가 나올 때마다 수 십 명씩 빠져나가 남아있던 1천여명은 대부분 학생들.
『학생들이 도대체 원하는게 무엇인가. 혁명이 일어나면 이 나라가 어찌될 것인지 생각해 보았나.』집회를 보러왔다가 실망했다는 한 50대 시민이 소리치자 『우리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관심 없다』라며 맞선 학생들은 어둠이 깔리는 캠퍼스에서 열을 올렸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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