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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층 KTX' 정부도 실용성 없다는데...밀어붙이는 홍순만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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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코레일이 정부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한국형 2층 고속열차 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홍순만(61·사진) 코레일 사장이 열차 제작업체에 “개발이 완료되면 열차를 구입해 주겠다”는 특혜성 약속까지 한 사실도 확인됐다.

홍, 철도기술연구원장 때 아이디어 #2년 전 연구비 100억 쓰고 낙제점 #코레일 내부서도 "비효율적" 평가 #사장 취임뒤 "임기 중 도입" 재추진 #열차 구매 약속까지...특혜 논란 커져

20일 국토교통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코레일은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기연), 열차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한국형 2층 고속열차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 연말까지 2층 고속열차 제작기술을 자체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2층 고속열차는 프랑스·일본 등에선 이미 운영 중이다.

하지만 코레일은 앞서 2015년 9월 열린 관계기관회의에서 2층 고속열차를 도입·운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 당시 2층 열차가 일반 열차에 비해 타고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역당 정차시간이 길어져 전반적인 열차운영계획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홍순만 사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홍 사장은 건설교통부 철도국장,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등을 거쳤다. 그는 취임 뒤 2층 고속열차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꺼내들면서 “선로증설 없이 승객 수송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도입 계획을 임기 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층 KTX 도입 논란

2층 KTX 도입 논란

문제는 앞서 국책연구과제로 추진되던 같은 내용의 2층 고속열차 개발계획이 2015년 6월 정부 평가에서 ▶성과목표 미달성 ▶연구실적 제시 미흡 등의 사유로 낙제점인 49점을 받고 전면중단됐다는 점이다. 당시 과제를 평가했던 국토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김대환 철도실장은 “전문가 8명이 평가를 했다. 국책연구과제 평가에서 50점대를 받는 경우도 드문데 40점대를 받았다는 건 거의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과제가 바로 홍 사장이 철기연 원장이던 2011년 냈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정부의 제 2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11~2015년)에도 포함됐고 철기연과 현대로템 등이 담당하는 국책연구과제로 선정돼 290억원의 예산까지 배정됐다. 하지만 연구 부실로 결국 중단됐고 100억원 넘는 세금만 낭비됐다. 이 때문에 국토부도 이달 초 발표한 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2016~2020년)에서는 2층 고속열차 개발 계획을 빼버렸다.

2층 고속열차개발 일지

2층 고속열차개발 일지

상황이 이런데도 홍 사장은 코레일에 부임해 또다시 실패한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장본인인 현대로템에게 특혜성 구매 약속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사장은 최근 언론 간담회에서 “한국형 2층 고속열차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코레일이 사 주기로 했다. 운행은 못하더라도 내 임기 중에 계약까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레일이 새 고속열차를 구입하려면 정부의 엄격한 관리 하에 국제입찰을 거쳐야만 해 그의 구매약속은 사실상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열차 수요처인 코레일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니까 사장 바뀌기 전에 빨리 팔자며 현대로템이 서둘러 제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교통 전문가는 “열차 개발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면밀한 검토하에 이뤄져야 하는데 사장 등 특정인의 의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건 비상식적이고 자칫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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