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명 서명으로 번진 문명고 국정 교과서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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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회냐." "존속이냐."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을 신청한 경북 경산 문명고(교장 김태동)가 처음 결정을 지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명고 재학생들은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다.
문명고 학생회는 18일 오후 7시쯤 다음 포털에 '서명운동' 방을 마련해 연구학교 철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9일 오후 4시 현재 3400여 명이 지지 서명을 하는 등 반향이 크다.
학생회 측은 "역사는 한 가지 절대적인 해석이 나오는 학문이 아니며 관찰자 시선,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 검정 교과서로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근에 선생님 두 분이 국정 교과서 채택에 반대했다고 각각 보직 해임, 담임 배제 등 불이익을 당했다"며 "속히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학교 홈페이지 '학부모 게시판'에는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철회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와 19일 오후 4시 현재 1600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17일 오전에는 이 학교 1, 2학년생 전체 360여 명 중 250여 명이 교내 운동장에 모여 '우리는 국정 교과서를 반대한다' '역사 왜곡 국정 교과서 철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당초 강경 입장을 보이던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은 19일 오후 5시쯤 재학생들에게 등교하지 말 것을 통보했다. 학교 공식 전화번호로 재학생에게 '2월 20일(월)-21일(화)은 자율학습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문명고 드림'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자습을 하지 않는 별도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학교 안팎에서는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23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한 점으로 미뤄 당초 결정을 변경할 가능성이 큰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17일 문명고·경북항공고 등 2개 고교를 대상으로 내·외부 인사 9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문명고 1곳을 연구학교 지정 최종 신청 대상으로 정한 뒤 교육부에 통보했었다.
경산=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학생들 포털에 반대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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