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전경련부회장 "컴컴한 터널 접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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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게 투자나 출자를 못하게 하면 나가서 뭘 갖고 싸우란 말이냐".

"중국은 이미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고, 일본은 터널을 막 빠져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컴컴한 터널로 접어들고 있다".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29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과 30대 주요그룹 투자담당자와의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정부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현 부회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경제적인 부분만 따지더라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우리의 3배를 넘고, 일본도 디지털카메라 등 3가지 품목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 부회장은 이어 "도무지 앞이 안 보인다"며 "지금은 이전세대와 우리세대가 벌어놓은 것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10년 후 후손들은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현 부회장은 출자총액 제한과 관련, "투자는 기업의 무기다"라고 전제한뒤 "투자를 위해 출자총액 규제을 없애달라고 회의 때마다 요청해도 반응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의 기업규제 완화와 관련, "세액공제, 특소세 및 법인세 인하 등의 접근방식으로는 안된다"면서 "기업들은 좋은 투자계획도 있고 자금도 있지만 투자를 안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 대기업의 투자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년보다 17%가 늘어난 45조원 가량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1분기까지 7.4조원밖에(16%) 투자되지 않았다"며 "투자계획도 있고 자금도 있는데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뭔지 정부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따져물었다.

분위기가 격앙된 것을 의식한듯 현 부회장은 "산자부는 기업의 친정으로, 다른 부처와 얘기할 때와는 달리 속내를 드러내고 얘기할 수 있다"며 이해를 촉구했다.

머니투데이 송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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