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LG감독, 이상훈 보내고 유지현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이상훈은 트레이드, 유지현은 잡는다!'

'이상훈 파동'의 한 축인 이순철 LG 감독(41)이 괌을 떠나 13일 오전 7시 인천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감독은 '기타 문제'로 파문을 일으킨 이상훈(33)을 트레이드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반면 유일한 미계약 FA(프리에이전트)로 남은 유지현(33)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과 본질적으로 사안이 다른 만큼 유지현을 직접 만나서라도 설득할 뜻이 있다"며 전혀 상반된 태도를 나타냈다.

입국장에 들어선 이 감독은 "그동안 (사태를 해결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상훈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차명석 코치와 전화로 오해를 풀만한 시간이 있었지만 이상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상훈 문제를 떠나 이번 건은 감독의 체면도 걸린 문제"라고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 감독은 이날 오전 유성민 LG 단장과 만나 이상훈 트레이드 문제를 최종 조율한 뒤 삼성 롯데 기아 등 관심 구단과 개별 접촉에 나섰다.

"트레이드 계획된건 아니었다"

-이순철 감독 일문일답-

이순철 LG 감독은 '이상훈 파동' 후 트레이드가 마치 계획된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적잖이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나의 항명과 이상훈의 항명은 차원이 다르다"며 차이점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선동렬 삼성 수석코치와 13일 오후에 만나나.

▲아직 약속은 없다. 선 코치가 신문과 방송에 인터뷰한 내용을 봤지만 나에게 오늘(13일) 만나자는 연락은 아직 오지 않았다. 트레이드 논의라면 13일 밤이 될 수도 있고 14일 출국 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LG가 12월께 삼성과 이상훈-노장진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하는데.

▲지난 일인데 굳이 상대팀에서 지금 밝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상대에 대한 예우도 아니고. 트레이드란 이상훈을 포함해 누구나 다 대상이 될 수 있다.

-성과 트레이드를 한다면 누구를 어떤 식으로 받고 싶은가.

▲구단과 상의해야겠지만 현금 트레이드는 어렵고 선수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선수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건 트레이드가 계획됐던 것도 아니고 잡혀 있지도 않았던 상황에서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 일을 끝내고 싶지만 구단은 실리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상훈이 사과를 한다면.

▲세상 일이 딱 부러지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야구 선후배이고 선수가 사과를 한다면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시즌을 같이 할 약간의 가능성이 있을지 몰라도 힘들 것 같다.

-반발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들과 사이버 토론회도 했다. 팀 전체 일에 대해 팬들의 물음에 답할 수는 있어도 이번 건은 감독과 선수의 개인적인 일이다. 감독은 팀워크를 위해 취미생활을 조금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참으로서 그 정도의 희생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팬들에게 다 이해를 구하지는 않겠다.

-LG의 '해태(현 기아)화'를 우려하는 팬들이 있다.

▲폭압적이고 체벌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계신 팬들이 있다. 해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주면서 위계 질서도 존중해주는 문화였다. LG의 전통과 장점을 살리면서 조금씩 선수들이 자기것을 양보하자는 것이다. 선수단을 장악하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인천공항=장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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