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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 메카’ 오키나와, 연습 경기 보러 31만명 몰려

중앙선데이

입력

WBC 한국팀, 19·22일 일본서 평가전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시의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2017 WBC 국가대표 선수들. 대표팀은 이곳에서 12일부터 23일까지 훈련한다. 오키나와=김민규 기자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시의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2017 WBC 국가대표 선수들. 대표팀은 이곳에서 12일부터 23일까지 훈련한다. 오키나와=김민규 기자

지난 16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시의 나고 시영(市營)야구장.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투수 오타니 쇼헤이(23)가 투구동작을 취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투수와 타자를 겸해 ‘니토류(二刀流·쌍검으로 싸우는 일본 검술)’로 불리는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스타다.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면 당장 몸값 2억 달러(약 2300억원)를 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나고구장에 모인 취재진과 팬들 시선은 오타니에게 꽂혔다.

온화한 날씨에 비용도 저렴한 편 #니혼햄 등 9개팀 스프링캠프 꾸려 #평일 연습경기에도 수천명 관중 #삼성·롯데 등 한국 7개팀도 합류 #대표팀, 요미우리·요코하마와 대결

이날 니혼햄은 한국의 KIA 타이거스와 연습경기를 했다. 발목이 좋지 않은 오타니는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평일(목요일) 낮, 그것도 낯선 한국 팀과 대결인데도 4000석 규모의 나고구장 관중석은 거의 찼다. 도쿄에서 왔다는 여성팬 요시노 히로유키는 “오타니를 보려고 일주일 휴가를 내 오키나와를 찾았다”고 말했다.

1946년 창단한 니혼햄은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삿포로시 연고팀이다. 그런 니혼햄에게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가 ‘제2의 연고지’ 같은 곳이 됐다. 니혼햄 구단 관계자는 “오타니 입단 후에 전지훈련장을 찾는 팬들이 더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일본 시리즈 때는 오키나와 팬들이 나고시청 인근 대형스크린 앞에 모여 우리 팀을 응원했다”고 전했다. 오타니가 활약한 니혼햄은 히로시마를 꺾고 10년 만에 일본시리즈 정상에 섰다.

오키나와에서 니혼햄이 큰 인기를 끄는 건 바로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시대’를 처음 연 팀이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일본 프로야구 팀들이 선호한 캠프지는 고치·미야자키·가고시마 등이다. 니혼햄은 79년 나고구장(77년 완공)에 둥지를 틀었고, 올해까지 37년째 오키나와를 찾는다.

니혼햄 이후로 많은 일본 프로야구팀들이 매년 2월 오키나와에서 시즌을 준비한다. 올해는 니혼햄 등 9개(2·3군 포함 13개) 팀이 캠프를 차렸다. 2월 중순부터는 연습경기가 열리는데 평일에도 수천 명의 관중이 몰린다. 나하시의 셀룰러스타디움을 쓰는 요미우리는 관심경기의 경우 최고 4000엔(약 4만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오키나와가 야구 전지훈련지로 떠오른 데는 역사적 이유도 있다. 오키나와는 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미국령이 됐다. 72년 반환 때까지 21년간 미군 점령지였다. 야구를 즐기는 미군들을 위해 곳곳에 간이 야구장이 생겼다. 오키나와 주민들도 자연스레 야구를 접했다.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 무로이 마사야는 “오키나와 반환 후 일본 정부가 지원한 발전자금이 야구장 등 체육시설 건설에 투자되면서 인프라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전지훈련이 가능한 야구장이 오키나와 전역에 20여 곳이나 된다.

풍부한 연습상대 - 오키나와 리그도 열려

16일 오키나와현 나고시의 나고구장에서 열린 니혼햄(일본)- KIA(한국) 전에 앞서 팬들이 훈련 중인 KIA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니혼햄의 스타 오타니. 오키나와=김원 기자

16일 오키나와현 나고시의 나고구장에서 열린 니혼햄(일본)- KIA(한국) 전에 앞서 팬들이 훈련 중인 KIA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니혼햄의 스타 오타니. 오키나와=김원 기자

지난 13일 오키나와 우루마시의 구시카와 야구장에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첫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에 앞서 시 측이 마련한 작은 행사가 열렸다. 부시장 등 시 관계자들이 나와 환영식을 했고, 맥주·생수 등 지역특산품을 전달했다. 한국 대표팀이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건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준비를 위해 오키나와를 찾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대회 전 강팀과 실전을 치러봐야 하는데, 일본 프로야구 정상급 팀들과 대결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두 차례(19일 요미우리, 22일 요코하마DeNA)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과 같은 날 오키나와에 들어온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도 공항에서 온나손 지역 관계자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2005년부터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훈련해온 삼성은 2011년 아예 구장을 장기임대했다. 올해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국팀은 삼성·롯데·한화 등 7개다. 1993년 LG를 시작으로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섭씨 15~20도의 온화한 날씨는 훈련에 최적이다. 미국 등지와 비교해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연습경기 상대도 풍부하다. 2010년 SK·삼성·LG·한화가 오키나와에 모여 연습경기를 했는데, 이 때부터 ‘오키나와 리그’라는 말도 생겼다.

900억원 경제효과, 2월의 야구 도시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비가 자주 내리고 강한 바닷바람이 불어 훈련이 차질을 빚기도 한다. 전지훈련 시작일이 1월 15일에서 2월 1일로 늦춰지면서 짧아진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국에서만 훈련하는 팀들(NC·kt·LG)도 있다.


오키나와 류긴조사연구소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스프링캠프를 유치해 오키나와가 거두는 지역경제 효과는 88억8000만엔(약 900억원)이다. 훈련과 연습경기를 보기 위해 오키나와를 찾는 관광객이 31만9500명에 달한다. 오키나와현 체육협회 컨벤션 추진과 미야기 미키는 “야구팀 전지훈련을 유치하면 오키나와를 홍보할 수 있다. 관광산업 중심의 오키나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이용한다”며 “야구단과 팬들이 오키나와에 한 달 가까이 머물면서 호텔·식당 등의 영업도 활기를 띈다”고 전했다.

관광·서비스업 등 3차산업이 오키나와 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6%(일본 전체 73.4%, 2013년 기준)다. 미야기는 “오키나와현 공무원들이 외국에 나가 유치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현에서 환영행사도 열고, 훈련장·숙소·식당 확보 등을 지원한다. 한국 프로야구팀 외에도 아시아 여러 나라 럭비·핸드볼 팀이 훈련을 위해 오키나와를 찾는다”고 말했다.

오키나와현에서는 각 캠프지를 순회하는 버스도 운행한다. 캠프를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해 관련 인터넷사이트를 만들어 훈련 스케줄 등 정보도 제공한다. 호텔과 음식점· 쇼핑몰 등도 ‘2월 전훈 대목’을 놓칠 수 없다. 한국 프로야구팀이 자리잡은 지역의 상점가에선 한국어 현수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어 메뉴판을 제공하거나 아예 한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도 있다.

오키나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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