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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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호 04면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가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중 처음으로 7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한이 공조 수사를 한다는 내용이죠. 현빈과 유해진의 액션 연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16일 현재 744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북핵 문제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남과 북이, 비록 영화 속 설정이지만, 같이 이야기를 하고 손을 잡았다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뭉클한 면이 없지 않았죠.

Editor's Letter

그런데 이번 주 말레이시아에서 날아든 소식은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 것인지를 다시 느끼게 합니다. 북한의 김정남 독살과 동남아인 사주 의혹 사건 말입니다. 피붙이에 앞서 눈엣가시였던 정적이었기에 끝끝내 이렇게 ‘처리’하고야 마는 모습도 끔찍하거니와, 사람이 북적이는 공항 한복판에서 이 같은 테러를 버젓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극장에서 피가 난무하는 공포물이나 폭탄이 터지는 액션물을 즐기고 또 유원지에서 짜릿한 놀이기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상에서는 그런 아찔한 광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크린에서 보던 모습이 현실에서 재현될 때, 그 괴리감의 상실이 불러오는 불안감은 실로 대단합니다.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혹은 세력)은 똑같은 이유로 존재를 부정당하게 됩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공조’가 필요한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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