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독일을 보라 - 똑같은 분단국이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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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과 서에서 분단의 벽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동독의 「호네커」는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독을 방문, 게르만공동체의 협력과 단결을 다겼다.
대만의 신문기자 두명은 정부의 금지명령을 무릅쓰고 중공에들어가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공은 대만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지원해주고 있고 대만에선 그기사들이 제한없이 보도, 판매되고 있다.
이와함께 국민당 정부는 대만인들의 본토방문 금지조치를 공식철폐, 현역 군인과 관리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여행의 자유를 주었다.
중국의 경우 대북과 북경사이에 분단문체를 공식 협의한 적은 없다. 그러면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양측 정부의 묵인 또는 지원하에 이산가족의 방문과 경제교류가 폭넓게 이뤄져 뫘다.
우리가 여러 갈래, 여러 차례의 남북대화를 가졌으면서도 아직 실질적 교류관계가 없는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중국과 독일이 분단문제에 접근하는 기본바탕은 같다. 그것은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민족주의와 이데올로기나 명분을 초월하여 민족의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려는 실용주의다.
한족과 게르만 두 민족은 혈연, 언어, 문화, 역사, 관습이 같은 「운명 공동체」다. 따라서 그들은 비록 분단되어 정치, 사회제도에 차이가 있지만 언제나 「하나」라는 기본 인식을 같이하고있다.
그런 점에선 우리도 마찬가지다. 민족의 단일성과 공동체적 성격에서 결코 한족이나 게르만에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지도자들이 현명하게 협력해 나간다면 분단에 의한 민족의 피해를 얼마든지 줄여 나갈 수 있다.
그 정신적 바탕은 역시 「민족주의」와 「실용주의」일 수 밖에없다.
남북이 대결상태에서 경쟁하는것은 상황상 불가피하다. 어떤 점에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민족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경쟁과 대결은 민족의 공존과 공익의 한계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이념이니, 체제니 하는 것도 결국은 국가와 겨레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도임한 수단일 뿐이다. 그 수단의 차이로 실질적인 목표달성에 방해가 된다면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이다.
중공은 지금 공산주의 이념과 체제에 대한 수정을 실험하고 있다. 대만은 삼불정책(불접촉·불협상·불타협)을 내걸고 그것을 고수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접촉과 교류를 벌여왔다.
우리도 이데올로기나 명분을 뒤로 하고 실질적 차원에서 분단문제에 접근할 때가 왔다.
민족공동체의 이익과 번영을 가져오는 길이라면 하찮은 이념이나 명분, 어떤 정파의 이익이나 지도자 한사람의 체면 따위는 과감히 떨쳐버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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