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국 대표" K-POP 맞춰 춤추는 민유라-개믈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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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4대륙 피겨 선수권 아이스댄스 경기 도중 귀에 익은 한국 음악이 울려퍼졌다. 빅뱅의 '뱅뱅뱅'과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가 절묘하게 섞인 음악. 경기 도중 의상이 바뀌는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어우러지자 관중석의 반응도 뜨거웠다. K-POP에 맞춰 연기를 펼친 주인공은 민유라(22)와 알렉산더 개믈린(24·미국)이었다.

민유라-개믈린 조는 이날 열린 쇼트댄스에서 59.01점을 얻어 8위에 올랐다. 둘은 연기를 마친 뒤 활짝 웃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민유라는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 올림픽이 열릴 경기장이라 더 행복하다. '대한민국의'이란 소개말이 나왔을 때 관객들이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내줘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개멀린은 "홈 그라운드라는 느낌을 받았고, 다른 에너지를 느꼈다. 영광이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나를 편하게 대해준다. 평창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민유라는 재미교포다. 여섯 살 때 스케이트를 시작한 그는 처음엔 싱글 선수로 활동했지만 2013년 아이스 댄스로 전향했고, 2015년 새 파트너로 개멀린을 만났다. 쌍둥이 여동생과 활동했던 개믈린은 동생이 은퇴해 파트너가 없는 상태였다. 둘은 호흡을 맞춘 지 1년 만에 출전한 지난해 4대륙 선수권에서 8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만들어지기까지 5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따라잡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한 덕분이다. 민유라는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다. 파트너가 된 지 2년이 됐는데 이제 올림픽이 1년 남았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이스댄스 쇼트 댄스는 매시즌 지정된 장르의 곡을 소화해야 한다. 배경음악으로 K-POP을 고른 건 개믈린의 제안이었다. 민유라는 "이번 시즌엔 스윙이나 힙합을 선택할 수 있었다. 개멀린이 우린 한국 팀이니까 한국 음악을 알리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경기 도중 의상을 교체하는 것 역시 개믈린의 아이디어였다.

둘의 호흡은 점점 좋아졌지만 민유라와 개믈린은 평창 올림픽에 나갈 수 없었다. 남녀 선수 중 한 명만 국적이 있으면 그 나라 대표로 나설 수 있는 국제빙상연맹(ISU) 주관 대회와 달리 올림픽은 두 사람의 국적이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개멀린이 한국 국적을 획득하는 것 밖에 없었다. 개믈린은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아 법무부에 특별귀화를 신청한 상태다.

법무부의 승인이 떨어지면 내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문이 열리는 것이다. 둘은 다음달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도전한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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