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 『인간시대』100회 특집 「인간시대 그 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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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포경선의 포수였던 「장생포의 마지막 포수 황석만」(85년 8월29일 방영)의 황씨는 이제 항구주변에서 자질구레한 화물이나 운반하고 있다.
고래를 잡던 그의 굵은 팔뚝 속에는 작살을 맞은 고래의 몸부림이 아직도 느껴지고 있지만….
방영당시 잃어버린 동화의 세계, 그리고 거친 바다와 싸우는 고래사냥꾼의 암울한 현실을 함께 보여주었던 그가 화물을 운반하는 모습은 항구를 적시는 빗속에서 묘한 씁쓸함을 던져준다.
삶의 진실한 감동을 영상화해 온 MBC-TV의 『인간시대』가 14일 방영 1백회 특집 「인간시대 그후」를 내보냈다.
지난 2년여동안 『인간시대』를 통해 진솔한 삶의 모습을 「가식없이」보여준 출연자들이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를 추격한 「인간시대 그 후」는 프로그램 성격처럼 뒷 얘기를 가식없이 추격함으로써 단순한 자축프로의 성격을 극복, 또다른 삶의 진실을 제공해 주었다.
생활의 안정을 되찾은 어느 소년가장, 가난의 방황에서 정착의 기반을 마련한 강돌뱅이, 신부를 맞은 어느 시골총각의 뒷이야기 등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들의 삶이 건강해진듯한 뿌듯함을 느끼게 했고, 나아가 그 어떤 사나운 삶도 희망의 힘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는 잔잔한 인생의 방정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앞서 거론한 고래사냥꾼의 쓸쓸한 변모를 통해 「인간시대 그 후」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이같은 의문은 「고향의 땅」(86년 11월 17일 방영)의 주인공이 길모씨의 뒷얘기에서도 품게된다.
공사판 인부이씨의 한은 아직도 견고하다.
현재 월급 15만원의 맥주공장 수위가 돼있는 이씨는 아직도 고향에 돌아갈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의 삶은 여전히 두터운 난관으로 둘러 싸여있다.
「인간시대 그 후」는 이를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결론은 그렇다.
그것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삶은 행복을 향해 굴러 가지만은 않으며 의지만으로 변화시키기엔 너무 복잡한 것이다.
무조건적인 「생의 개가」만을 부르지 않은 이번 특집은 이처럼 겸손한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일상에 대한 생각의 시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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