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김정일 생일에 북한에 핵미사일 도발 강력 경고

중앙일보

입력

한·미·일 외교장관이 16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을 향해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할 예정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도 첫 양자회담을 갖는다.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중인 윤병세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16일 한·미 회담에 이어 한·미·일 회담을 여는데, 3국 장관이 만난 뒤 이 시점에 맞는 좋은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3국 장관은 회담 뒤 북한을 규탄하는 공동의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호 발사 등 최근의 도발을 비판하고, 3국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단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3국 장관이 만나는 16일은 김정일의 생일이기도 하다.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라 한국 시간으론 17일 새벽이지만, 일부러 북한의 주요 ‘도발 캘린더’에 맞춰 회담 일자를 잡았다고 한다. 윤 장관은 “앞으로도 북한이 도발할 기회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3국 외교장관회담은 틸러슨 장관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고 한다. 외교가 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이 전반적으로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3국 장관회담 성사에도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단 것이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회담한 것은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이후 처음이다.

최근 미 워싱턴 조야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윤 장관은 “1월31일 상원 청문회, 2월7일 하원 청문회가 열렸는데 이번처럼 상하원 모두 북핵을 주제로 첫 청문회를 연 적은 없는 것 같다”며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동시에 2월 중순부터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이란 점을 예상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연초부터 의회 차원에서도 여론을 환기시키고 행정부에 대응책을 주문하겠단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주일 동안 여러번 메시지를 발신했듯이 북핵 문제가 아주 높은 우선순위가 될 것 같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행정부와 의회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독일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도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일 간에는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 한·중 간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다룰 전망이다.

특히 기시다 외무상과의 만남에서 부산 소녀상 설치로 촉발된 갈등을 풀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는 일본 측의 보복 조치로 본국에 돌아간 지 한달이 넘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장관이 회담 자리에서 대사를 돌려보내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대사 귀임의 계기를 우리가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북한의 최근 도발 등으로 인해 위협에 더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을 명분으로 양 측이 한발씩 물러서 갈등을 풀 수도 있단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선 사드 문제를 비롯, 북핵 문제와 김정남 피살까지 다양한 의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성 조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윤 장관은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양 측이 각기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겠느냐. 우리는 우리 관심사가 있고 중국은 중국 관심사가 있을테니 말이다”라고 답했다. 즉답은 아니지만 한국 측 관심사인 사드 보복 문제를 다루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장관이 왕 부장과 회담하는 것은 지난해 8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처음이다.

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