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인류 역사상 손에 꼽는 막장 집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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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손에 꼽는 막장 집안
2009년 4월 북한 평양 중심가 건물 ‘우암각’ 북한 최고정보기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 들이닥칩니다
그곳에 모인 이들은 김정남을 지지하는 주요 인사들 김정남은 김정일처럼 우암각에서 비밀 연회를 열곤 했습니다
요원들에게 이들은 줄줄이 연행됐고 김정남은 김정일의 장례식조차 참석 못하는 신세가 됩니다 이를 지시한 건 바로 김정은
‘우암각 습격사건’ 김정남과 김정은이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암투를 벌인 첫 공식 사례입니다
이후 김정은은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김정남의 후견인 장성택이 처형됐고 다시 3년 뒤 김정남마저 타국에서 살해됐죠
이들의 엇갈린 운명은 어디부터 시작이었을까요 이야기는 1971년 시작됩니다
71년 5월 어느날 김정일은 평양의 새벽길을 벤츠로 달리며 소리지릅니다 “혜림이가 아들을 낳았어!”
김정일은 친구의 아내였던 영화배우 성혜림을 강제로 이혼시킨 뒤 동거에 들어갑니다 절대 권력의 후계자였으니 가능한 일이었죠
곧 김정남이 태어났고 김정일은 기쁨에 겨워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움직이는 걸까요 1975년 고영희라는 재일교포 무용수가 김정일 앞에 나타납니다
고영희는 김정일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었고 ‘백비탕’이라는 보약까지 바치는 헌신적인 여자였죠 성혜림보다 16살이나 어리기도 했습니다
고영희가 낳은 아들이 바로 김정철과 김정은 하지만 이미 김정남이라는 ‘적자’가 있었기에 이들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하지만 고영희는 집념이 강한 여자였습니다 유선암에 걸리고도 유방을 절제하지 않았죠 ‘김정일의 여자’라는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섭니다 김일성 사망 뒤 김정일을 위로한 것도 그녀였습니다
그런 고영희의 노력 덕택인지 김정일의 마음도 2000년대 들어 김정은에게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김정남은 나태해 보였고 김정철은 나약해 보였으니까요
그러던 2001년 결정적 사건이 일어납니다 김정남이 위조여권으로 일본 밀입국을 시도하다 경찰에 체포된 뒤 김정일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거죠
어린시절부터 야망을 보이고 당돌했던 김정은이 북한 최고권력자 자리를 이어받았고 김정남은 외국을 떠도는 신세가 됩니다
김정남의 어머니 성혜림이 고영희의 등장 이후 설자리를 잃고 모스크바로 쫒겨난 것처럼요 성혜림은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2002년 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정남도 타지에서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1인자가 되지 못한 북한의 ‘백두 혈통’들은 처형당하거나 외지에서 암살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은 88년 외국으로 쫓겨났고 김정남의 사촌형은 의문의 죽음을 맞았습니다 김정은의 형은 뭘 하는지 존재감이 전혀 없지요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죽어야  북한의 광기는 끝이 날까요?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서예리 인턴 seo.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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