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민주주의 확산’ 선언 1년 “약자에 강하고 강자엔 약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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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재선 취임사에서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27일 이 선언의 실행 성적에 대해 낮은 점수를 줬다. 한마디로 강대국에는 약했고 약소국에는 강했다는 평가다.

◆ 강자엔 눈치 보기=이집트는 지난해 대선에서 25년째 장기집권 중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야당 지도자 아이만 누르를 투옥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이집트에 대규모 원조를 계속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해서도 공개 비난 대신 가벼운 충고 정도에 그쳤다.

수백 명의 시위대를 학살한 우즈베키스탄에 대해서도 모른 척했다. 이 나라의 미군기지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WP는 "부시 행정부는 전략적 가치가 많은 나라들은 조심스럽게 다룬다"며 "국방부의 전략이 부시가 외치는 민주주의 확산보다 중요하게 취급된 증거"라고 지적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총선에선 무장단체 하마스의 승리를 막기 위해 반대파에 비밀자금 지원도 불사했다. 미얀마에 대해선 '폭정의 전초기지'라며 경제제재를 계속했지만 상황은 변한 게 없다. 우간다.에티오피아 등 동아프리카 나라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일부 지역은 진전=미국은 키르기스스탄의 민주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하고 야당의 신문 발행을 돕는 등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도 지난해 우크라이나.키르기스스탄.레바논.아프가니스탄 등 9개국에서 자유가 신장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해 테러용의자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고문 방조 논란은 미국의 신뢰도에 흠집을 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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