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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련과 전교협의 관계 -「스승의 자리」지켜주는 단체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국 교원의 대표단체인 대한교련은「민주 교육추진전국교사협의희」의 발족을 계기로 체질개선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화바람을 타고 이처럼 교원단체가 양분된 현상은 자녀교육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에게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교련이 그동안 진정한 직능압력단체로서 구실을 다해오지 못했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교련이 교육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 교육자의 단결을 통한 교육의 활성화란 당초의 설립목적에 얼마나 충실했느냐는 물음에 긍정적인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특히 교사들의 파면·징계·구속사건이 잇달아 일어났을때 해당 교사들의 주장을 반영하는 성명서 하나 내지 못한 것은 이 단체의 한계를 말해준다. 교사들이 교련을 불신하고 별도의 교직단체를 구성한 배경에는 이런 이유들이 깔려 있다.
교원의 권익옹호단체가 이처럼 제구실을 못해왔고 따라서 「어용단체」로 보는 시각이 있는 이상 새 교직단체가 탄생했다고 이상할 것은 없다. 뿐더러 선의의 경쟁관계가 정립되만 복수의 단체가 출현한 것은 원칙적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젊은 교사들이 중심이 된 새 교직단체의 활동방향에 대해 한가닥 의구심이 따르는것도 사실이다. 당장 이들의 요구는 해직교사의 복직을 비롯해서 교권옹호, 처우개선등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의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치적인 영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이런 교과서는 안가르치겠다』든가, 『부당한 수업은 거부하겠다』든가 해서 집단행동으로 번지면 교육현장의 종래의 질서는 무너지고 만다. 교육이 일정한 통제를 벗어나 교육정책이나 교육내용마저 일관성을 잃는 경우 학부모들이 과연 마음놓고 자녀교육을 학교에만 일임할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가운데서 정당한 것은 재빨리 수용해야 한다. 정부행사에의 학생 동원, 정부치적이나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있는 문제들에 대한 일방적인 홍보식 교육은 지양되어야 하고 부당한 교권침해에서 교사들을 구제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앞으로 교련의 체질개선이나 운영방향도 자연 그런 방향에서 재정립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교련이 40년의 축적을 바탕으로 교육현장의 문제를 타율이아닌 자율로 수렴할 태세를 정비한다면 교원과 학부모들의 폭넒은 지지기반을 확보하리라고 믿는다.
일본의 경우 한때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지녔던 교원노조가 지금은 쇠퇴일로에 있다는 사실도 타산지우으로 삼을만 하다.
유교적 전통의 뿌리가 깊은 동양권에서 교사는 일반 근로자이기전에 「스승」인 것이다.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자녀교육을 「스승」에게만 맡기고 싶은 것은 우리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든 교직단체의 양분화는 기정사실이 된 느낌이다. 교련과 전교협이 상호 보완적인 선의의 경쟁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면 그동안 쌓인 교육계의 비리추방은 물론 교육풍토의 건전화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교사란 고도의 전문성과 함께 인격과 상식을 갖춘 소명직으로 여기는 것이 국민의 인식이다. 어느 단체건 비현실적인 과격한 주장이나 강자만을 두둔하는 주장은 버리고 새시대에 맞는 교육자상을 선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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