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母乳수유를 가로막는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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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예부터 어머니의 젖은 고귀한 사랑의 징표요, 생명의 자양분으로 인식돼 왔다. 건강한 산모의 모유는 아기에게 면역력을 주는 것은 물론 호흡기와 소화기 기능을 돕고, 정서적 안정을 가져와 인성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모유를 먹는 아기는 호흡기.장질환, 알레르기성 질환의 발생 빈도가 일반아에 비해 낮고, 따라서 의료비도 15분의 1로 크게 줄어든다. 지능지수도 평균 8.5~10 정도 높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모유수유율은 일반 가정주부 16%, 직장여성은 간신히 10%대다. 일본 45%, 미국 52%, 유럽 75%에 비해 크게 뒤진다. 모유 수유 시설을 갖춘 직장이 전체의 5.9%에 불과하고, 집을 나서면 젖을 먹일 장소가 마땅치 않은 열악한 사회적 현실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 안'에서 아기에게 수유하기를 여성들은 곤혹스러워 한다. 게다가 남성들은 바깥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에 부정적이다.

조사 결과는 이런 남성들이 68.3%나 됨을 보여준다. 모성애의 표현이라기보다 여성의 가슴 노출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젖 먹이는 엄마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적 현실과 모유 수유를 위해 노출한 여성의 가슴을 성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인식 속에서 아기들은 '기적의 물질'인 엄마젖을 잃어버리고 있다.

모유수유를 가로막는 적 가운데 엄마 자신도 빼놓을 수 없다. 산모들은 흔히 '젖이 적어 분유를 같이 먹인다'거나 '젖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기가 빠는 횟수가 많을수록 더 잘 나오며, 마사지 등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노력하면 개선될 수 있다.

엄마의 영양 상태가 달라도 젖의 성분은 거의 비슷하다. 또 가슴의 크기와 젖의 양도 비례하지 않는다. 의학이 발달해도 아직까지 아기에게 모유보다 좋은 물질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모유수유는 아기의 권리이자 부모된 이의 의무임을 명심하자.

김명현 장스여성병원 간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