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은 경기에 민감하죠 최근 몇년 새 가장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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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의 떡 제조업체 수라당 직원들이 설을 앞두고 가래떡을 만드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신인섭 기자]

"올해 경기가 좀 나아지기는 했나 봐요. 떡이 지난해보다 많이 나갑니다."

2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의 떡 제조업체 ㈜수라당. 주차장을 지나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향긋한 냄새가 코 끝에 와 닿는다.

문을 열고 공장에 들어가 보니 큰 방앗간과 흡사하다. 가래떡을 뽑아내는 기계에는 서너 명이 떡가루를 붓고, 떡을 자르고 상자에 담느라 분주하다. 떡 쌀을 불리는 커다란 드럼통들 옆에는 방아기계 4대가 분주히 돌아가고, 바로 옆 떡가루를 증기로 찌는 기계 5대에선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른다.

이 회사 정광수 전무는 "올해 설 경기가 최근 몇 년 중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회복되고 있다는 소비심리가 떡 방앗간까지 온 모양이란다. 그는 "마음이 넉넉해야 많이 사게 되는 떡은 경기에 민감한 품목"이라며 "올해 설 떡 판매가 지난해보다 20% 정도 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설 대목의 예상 매출은 7억원. 최근 3~4년간 설 매출이 5억5000만원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꽤 늘어난 셈이다.

수라당은 올해 떡 수요가 늘자 아르바이트 아주머니를 60여 명 고용했다. 추석이나 설 때는 늘 아르바이트를 쓰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20여 명 더 뽑았다. 요즘 같이 바쁠 때는 직원들을 두 개조로 나눠 24시간 일한다. 오전조의 주부사원 김현진(46)씨는"바쁘고 힘들지만 장사가 잘 된다니 좋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가래떡 판매는 대체로 매년 증가하는 반면, 제사용으로 많이 쓰는 편떡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어느 가정에서나 설날에 떡국은 먹지만 설 연휴 때 여행을 떠나거나 종교적 이유로 제사를 지내는 가정이 줄어든 탓으로 풀이했다.

설 떡 판매는 명절 2~3일 전이 정점이다. 할인점 등에서 주부들이 길게 늘어서서 떡을 사는 모습을 볼 때다. 하지만 판매 준비는 설 20여일 전부터 시작된다. 쌀을 불린 뒤 떡을 뽑고, 말리고, 자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쌀을 씻기 시작해 떡을 자르기까지 4~5일 정도 걸린다. 떡은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말리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래 보관해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썰기에도 좋은 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라당은 생산하는 떡 대부분을 롯데마트.하나로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 공급한다. 영업을 담당하는 서영귀 차장은 "예전엔 집에서 어머니가 떡을 해줬지만 요즘은 누가 집에서 떡 하느냐"며 "대부분의 주부가 할인점에서 자른 떡을 필요한 만큼 사먹기 때문에 할인점이 가장 중요한 매출처"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평소엔 각종 떡 50여 종과 한과를 만들어 판다. 시대 변화에 맞춰 녹차떡이나 떡케이크 같은 제품도 만들고 있다. 연간 매출은 40억원 수준. 정 전무는 "아직 많지는 않지만 선물용으로 떡을 주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며 "우리 떡을 더 많이 먹어 이번 설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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