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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심인성 통증 극복] 아프다고 생각하는 만큼 아프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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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쉽게, 가볍게, 즐겁게 살라는 신호…통증과 당당히 맞서야

일러스트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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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석 달째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4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 임원의 퇴임식 행사 주관 등 여러 업무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가을의 시작과 함께 두통도 시작됐다. 국장 승진을 목전에 둔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업무 성과도 좋은 편이고, 외부기관의 포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업무 외적으로도 제일 큰 동아리 회장으로서 조직 화합에 기여한 공로로 CEO의 칭찬도 받았다. 할 일이 정말 많지만 회사 분위기가 좋아 정신없이 즐겁게 일해 왔는데, 1박2일 워크숍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더니 이후로 두통이 사라지질 않는다.

만성 통증 방치하면 회로처럼 굳어져

하루 종일 머리 전체를 죄어오는 느낌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 아침에는 좀 괜찮다가도 오후가 되면 심해지고, 주말을 잘 쉰 월요일은 지낼만하다가 이내 또 머리가 아프다. 한번은 동료와의 회식자리에서 맥주를 하게 됐는데 갑자기 머리가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로 그녀는 동료에게 술 한 잔 하자는 제안을 종종 하는데, 다들 이러다가 알코올중독이 됐겠지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진통제에 의존하면 안 될 것 같아 가급적 약을 피하다 보니, 괴로운 날이 많다. 혹시 두통이 뇌졸중, 중풍과 같은 심각한 뇌 질환의 전조증상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다.

통증에는 두통, 뒷목통증, 어깨통증, 허리통증, 근육통, 신경통 등이 있다. 두통이 제일 흔하다. 말단에서 생긴 통각은 뇌에서 통증으로 지각한다. 통증은 아픈 부위에 따라 다르다. 근육통은 죄이고 뻐근하며, 신경통은 저리고 찌릿하다. 혈관성 통증은 쿡쿡 쑤신다. 통증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통증을 1로 느끼기도, 100으로 느끼기도 한다.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통증은 고통으로 표현된다. 고통에는 삶의 역사가 묻어있다. 같은 고통이라도 다르게 해석된다. “고통은 피할 수 없는 상수지만, 해석은 선택할 수 있는 변수다.”

통증 자극은 척수를 지나 뇌로 전달된다. 변연계를 지날 때 감정이 작동하고, 대뇌피질로 들어가 생각이 작용한다. 통증은 증폭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한다. 두려움·후회·불안은 통증을 증폭시킨다. 긍정적인 감정은 통증을 축소한다. 기억·해석·판단에 따라 통증은 달라진다. 암환자가 통증 없이 잘 지내고, 만성 두통으로 자살하기도 한다. 급성 통증은 손상을 받거나 기능이 저하될 때 나타난다. 빠른 치료로 원인을 제거하면 통증은 사라진다. 만성 통증은 한 달 이상 지속할 때 나타난다. 치료가 잘 안 되거나, 잘못된 경우다. 진짜 원인은 중요치 않게 되고, 통증 회로로 굳어져 고통을 받게 된다.

통증 회로는 언제 생길까? 첫째, 의사가 ‘두고 보자’고 하며, 확신을 안 줄 때 생긴다. 불확실성은 두려움과 불안을 증폭시킨다. 둘째, 만성으로 진행될 때 생긴다. 죽는 병이 아닌가, 못 고치는 병이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셋째, 약을 복용할 때 생긴다. 약은 원인을 치료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증 회로의 원인이 된다. 무심코 시작하면, 못 끊고 장기 복용하게 된다. 넷째, 병에 대해 연구할 때 생긴다. 연구할수록 통증 회로는 발달한다. 모르는 게 약이요, 아는 게 병이다.

통증 회로는 누구에게 잘 생길까? 첫째, 오랜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요, 조용한 살인자다. 둘째, 예민한 성격의 사람이다. 완벽을 추구하고 걱정이 많으며, 변화에 민감하고 통증을 잘 느낀다. 셋째, 병을 핑계 삼는 사람이다. 현재의 힘든 상황을 피하려 하거나, 과거의 고생을 인정받으려 한다. 넷째, 어린 시절에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겪은 사람이다. 누구나 피치 못할 사연이 있다. 통증은 무의식적인 체벌 욕구, 죄의식과 연관된다.

통증,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라

심인성 통증은 긴장성, 신경성, 스트레스성 통증 등으로 불린다. 몸이 아프지만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다. 만성으로 통증 회로가 굳어진 상태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어려운 문제에 닥치면 골치가 아프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면 가슴이 아프다. 책임질 게 많아지면 허리가 아프고, 가까운 사람이 잘 되면 배가 아프다. 심인성 통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인은 스트레스에 파묻혀 살아간다. 통증은 쉽게 살라고, 몸이 보내는 신호다. 현대인은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통증은 가볍게 살라고, 몸이 보내는 메시지다. 현대인은 고통 가운데 살아간다. 통증은 즐겁게 살라고, 몸이 보내는 신호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통증을 받아들이자. 심인성 두통(긴장성 두통)은 머릿속에서 생기는 통증이 아니다. 뇌졸중·뇌경색·뇌종양과 무관하다. 머리 바깥의 근육이 뭉치고, 신경이 눌리고, 혈관이 자극되어 오는 통증이다. 통증을 액면대로 받아들이자. 과장하지 말고, 축소하지 말자. 감정을 넣지 말고, 생각을 보태지 말자. 이렇게 외치자. “아파하는 나를 받아들이고 깊이 사랑한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선택한다.”

병이 찾아와 고통스러울 때, 병도 삶이 주는 경험인 것을 잊지 말자. 마음의 동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지켜보고, 기계적인 반응에서 벗어나자. 찾아온 손님을 정중히 맞이하고, 얼마 후 정중히 보내자. 병이 어째서 왔는가를 헤아리는 자는 현명하다. 인간에게 관대하면 말려들지 않고, 자연에 경외를 느끼면 자연의 도움을 받는다. 불경에 이런 말이 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나니,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둘째, 통증 회로를 깨자. 두려움에 맞서자. 세상에 두 가지 병이 있다. 안 아픈데 죽는 병과 아프지만 안 죽는 병이다. 통증으로 죽는 경우는 없다. 이렇게 외치자. “아파 봐야 통증이다.” 오늘 참아내면 내일은 고통이 덜하다. 하루하루 이겨내면 언젠가 사라진다. 정면 돌파하자. 통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반사 이익은 무엇인가. 아프다고 해서 현재 삶을 피하지 말자. 이렇게 외치자. “모든 게 내 책임이다.” 책임지는 만큼 자유를 누린다. 통증을 연구하지 말자. “그만!” 연구하고 싶을 때마다 외치자. “그래서, 뭐?” 아파서 어쨌단 말인가.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강하고 담대 하라.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말라.”

셋째, 예민함에서 벗어나자. 예민하면 통증을 자주 느낀다. 규칙적으로 살자. 제때 먹고, 밤에 푹 자고, 에너지를 남겨서 살자. 매일 1시간 공원을 걷고, 매주 하루는 야외에서 지내고, 매년 한 번은 여행을 떠나자. 반대 행동을 해 보자. 시간에 예민하다면, 일부러 약속 시간에 늦게 가자. 청결에 예민하다면, 일부러 더러운 화장실을 쓰자. 실수하는 데 예민하다면, 발표할 때 일부러 실수하자. 경쟁에 예민하다면, 일부러 져 보자. 자연을 닮아가자. 하늘은 조급을 모르고, 땅은 분노를 모른다. 개는 걱정을 모르고, 나무는 슬픔을 모르고, 바위는 두려움을 모른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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