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앞세워 과 동기 학대한 대학생 항소심서 징역4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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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학생 A(26)씨는 같은 학과 동기 전모(25)씨에게서 2015년 ‘고마운’ 말을 들었다.

“내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으면 형에게도 넉넉하게 챙겨줄 수 있다. 졸업하면 이 일을 같이 하자”

성격이 소극적이었던 A씨는 자신과 달리 활달한 전씨를 보며 자신의 성격을 고치기로 마음먹고 전씨와 멘토-멘티 관계도 맺은 상태였다. A씨는 전씨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계속해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했다.

전씨는 A씨가 잠을 깨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를 속옷만 입고 1.5㎞를 뛰게 했다. 또 졸음방지용 껌 한 통을 한꺼번에 씹게 하거나, 소금·후추가루·참기름을  입에 부은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 씹게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의자를 들고 벌을 서게 하다가 자세가 흐트러지면 명치 등을 발로 차고 과제물 작성을 대신 시킨 뒤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과 턱을 수십회 때렸다.

전씨의 행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의 성기 일부를 꼬집거나 때리는 등 추행까지 했다. 전씨는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런 식으로 A씨를 총 18차례 상습 폭행하고 6차례 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이상한 거동을 눈치 챈 대학교수가 개입하면서 A씨는 전씨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황한식)는 강제추행치상·상습특수상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전모(25)씨에게 원심보다 3년 줄어든 징역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신상정보 등록을 명령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씨는 심리적인 지배·복종관계가 형성되자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A씨에 대해 가학적인 행동을 했다"며 "범행의 경위와 내용, 수단과 방법,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항소심에 이르러 A씨와 합의한 점, A씨와 그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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