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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무력부장傳(13)] 총살됐다는 현영철 어쩌면 살아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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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철(1949~·)은 재임 중에 총살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첫 번째 인민무력부장이다. 국정원은 현영철이 총살을 당한 이유로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과 수차례의 지시 불이행 때문이라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영철이 총살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사실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현영철의 혐의는 반당·반혁명이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2015년 1월 북한군 서부전선 기계화타격집단 장갑보병 부대의 동계훈련에 참가해 장갑차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2015년 1월 북한군 서부전선 기계화타격집단 장갑보병 부대의 동계훈련에 참가해 장갑차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현영철은 국정원의 주장이 맞다면 김정은에 대한 어떤 불만을 표출했을까?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집에서 나눈 얘기가 도청되는 바람에 처형됐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태영호의 말이 맞다면 현영철은 집에서 김정은에 대한 ‘뒷담화’를 하다가 도청된 것으로 파악된다.

고위 탈북자들이 전해주는 뒷담화의 내용은 이렇다. 김정은이 2012년, 2013년 목선을 타고 전방 방어대를 시찰할 때 군인들이 물에 반쯤 잠길 때까지 목선을 미는 것을 보고 현영철이 “어린 지도자는 왜 이런 것을 선전하느냐”고 비판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현영철은 김정은을 ‘어린 지도자’로 자주 표현했고 “어린 지도자를 모시기가 너무 힘들다”며 투덜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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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후계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어리다’는 표현이라고 한다. 그 말 속에 ‘자신을 깔보고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하고 감정 조절이 어려운 김정은이 이 말을 들었으면 아마 참지 못 할 수도 있다.

현영철 총참모장(사진 왼쪽)이 2012년 북한군 제534군부대 기마중대 훈련장에서 말을 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영철, 최용해 총정치국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중앙포토]

현영철 총참모장(사진 왼쪽)이 2012년 북한군 제534군부대 기마중대 훈련장에서 말을 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영철, 최용해 총정치국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중앙포토]

현영철은 김정일 시대에 잘 나갔던 군인이었다. 2006년부터 백두산 서쪽 북·중 국경지대를 담당하는 8군단장으로 복무했다. 8군단장은 군수 공장이 밀집돼 있는 자강도의 경비를 책임지는 자리다. 그 이후 20010년 9월 김정은과 함께 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군부 내에서 김정은의 세습 기반을 닦는 권력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영호 총참모장이 2012년 7월 물러나자 차수(대장과 원수 사이의 계급)로 승진하면서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하지만 3개월 뒤 대장으로 강등됐고 급기야 2013년 5월 전방 5군단장으로 좌천되면서 계급도 상장(한국의 중장)으로 내려왔다. 2014년 6월 다시 대장으로 승진하면서 제12대 인민무력부장이 됐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2015년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전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러시아 국방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2015년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전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러시아 국방부]

현영철은 엄밀히 말해 ‘김정일의 남자’이지 ‘김정은의 남자’는 아니었다. 장신이었던 현영철은 단신인 김정일을 만나면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낮출 정도로 그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였다. 김정일은 생전에 현영철을 매우 중시했고 특별한 대우를 했다는 얘기가 많다. 그래서 김정은과 함께 대장으로 승진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이영호 총참모장의 후임으로 현영철이 임명된 것도 김정일의 용인술을 간파한 당시 최용해 총정치국장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런 탓에 현영철은 김정은에 대한 거부감보다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더 강했다. 현영철의 바로미터는 김정일이었다. 따라서 현영철의 눈에 비친 김정은은 ‘어린 지도자’로만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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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철은 국정원이 총살됐다고 국회에 보고했지만 통일부 ‘2017 북한주요인사 인물정보’에는 여전히 생존자로 분류돼 있다. 2월 6일 조선중앙TV에 반영된 기록영화 ‘백두산 훈련 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어’에 현영철이 등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 동안 ‘반당·반혁명’, ‘최고존엄 모독 및 훼손’의 혐의로 처형된 사람들은 기록영화에서 삭제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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