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건 인연, 북한법 박사 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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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건기록부 한 장이 장소영(47·사진) 검사의 인생 항로를 바꿨다. 경기도 고양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던 지난 2005년 일이다. 무심코 집어든 사건기록부에 적힌 주소 ‘북한 개성시…’에 눈길이 꽂혔다. 개성공단에서 남측 인원이 북측 문화재 반출을 모의하다 적발된 사건이었다. 개성공단 건은 고양지청 소관이어서 그의 손에 들어왔다.

통일부 법률자문관 장소영 검사
12년 전 ‘북 문화재 반출 범죄’ 맡고
“북한을 알아야 겠다” 공부 시작

이후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법무부 통일법무과에 자원해 3년을 근무했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통일부에서 법률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다. 북한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도 시작했다. 이번 달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도 받는다. 한국이 북한의 법 정비 과정에서 해야할 몫을 다룬 276쪽 분량의 ‘북한의 경제개발구법에 관한 연구’다.

그는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법을 보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부분이 보인다. 체제 개방에 대한 두려움이 읽힌다”고 했다. 이어 “언제 될지 모르지만 (통일은) 언젠가는 꼭 돼야한다”며 “법조인으로서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남북 회담에서 북측 인사와 직접 대면한 일도 있다. 그는 “북한 측 상대의 눈빛이 잊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남측보다 못 살기는 해도, 미국에 맞서는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전하려고 애쓰는 게 보였다”며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 주입된 생각을 얘기하는 기색이 역력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여성 검사론 첫 북한법 박사다. 서울대 재학 중 학보사인 ‘대학신문’의 첫 여성 편집국장이었으며 검찰에선 처음으로 여성 부대변인도 지냈다. 본인은 “나이가 많다 보니 어쩌다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법조계 입문 전엔 광고회사에서 일한 전력도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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