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대학생들 주한미군 종합사격장 난입] 노선투쟁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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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은 한총련이 과격 반미 시위를 잇따라 벌이고 있는 이유를 내부 갈등으로 촉발된 온건파와 강경파의 선명성 경쟁에서 찾고 있다.

정재욱(23)11기 의장이 이끄는 현 집행부(혁신계열)는 그동안 대중적 학생조직 건설과 합법화 투쟁 등을 내세우며 과격한 시위를 자제하는 온건 노선을 걸어왔다.

반면 광주.전남 지역 총학생회연합(남총련) 등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자주계열)는 합법화보다 국가 보안법 폐지를 앞세우며 집행부 노선을 비판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강경파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온건파의 입지가 좁아져 현 집행부 역시 강경 투쟁 노선에 가세하기 시작했다는 게 공안 당국의 분석이다.

한 공안 관계자는 "현 집행부가 일단 반미 투쟁으로 선명성을 확보한 뒤 하반기 대의원 대회와 2학기 각종 학생회 선거에서 기세를 잡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총련은 다음달 초 전남대에서 하반기 대의원 대회를 열어 향후 진로를 논의한다. 여기에서 비(非)한총련계 학생운동권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현 집행부와, 이에 대해 미온적인 자주계열이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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