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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 2월 국회서 수권 능력 검증받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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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호 02면

사설

2월 임시국회의 막이 올랐다. 4당 체제로의 정치권 재편 후 열리는 첫 국회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3월 중 결론 날 경우 조기 대선 체제에 돌입할 것이므로 경우에 따라선 이 정부에서의 마지막 국회가 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열린 2월 국회가 떠안은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온 적폐를 해소하기 위한 개혁 입법 처리는 물론 엔진 소리가 희미해져 가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등 안건이 수두룩하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운영에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헌재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진영의 갈등이 첨예화되는 등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국회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당리당략에 휘말린 여야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벌써 우려를 낳고 있다.

먼저 야3당은 재벌 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안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 법안, 언론 개혁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몰두하고 있다. 독점규제법, 근로시간단축안, 주택임대차보호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범죄수익 몰수 및 재산환수법 등 개혁법안의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개의 개혁입법안을, 국민의당은 22건의 안건을 중점 처리법안으로 정해 놓은 상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정교과서 금지법 제정, 세월호 특조위 2기 구성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위한 5·18특별법 개정 등 이른바 사회 개혁 과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보수진영이나 새누리당에서 반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새누리당 등 여권은 노동 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동력이 떨어졌지만 경제 회생과 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다. 점점 심각해져 가는 청년 실업과 대량 해직사태, 생활고에 내몰린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야당의 우선 처리순위에선 밀려 있다.

여야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바른정당은 선거 연령 18세 인하와 상법·공정거래법 등 일부 법안에 대해선 긍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나머지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여야 각 당의 이해관계는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회선진화법과 4당이 의석을 균점하고 있는 현재의 의석 분포로 볼 때 협상과 타협 없이는 특정 정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경제 살리기 법안이나 개혁법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 채 ‘빈손 국회’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각 정당이 노동계 등 이익단체들의 눈치를 보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개혁과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쳐 버릴 수도 있다. 벌써 국회 주변에선 “여야 모두 대선을 의식해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이지도,지지층이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주지도 않을 것”이라며 “선거 연령 18세 하향 조정에 합의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자조적 관측이 나돌고 있다. 혁신을 위한 개혁조치가 급한 때에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그건 재앙이나 다름없다.

각 당의 예비 대선주자들은 연일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칼퇴근을 보장하겠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 모병제로 전환하겠다는 등 화려한 말잔치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2월 국회가 공약에 담긴 진정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 말만 앞세울 게 아니라 국회에서 경제·개혁법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해 처리함으로써 실천의지와 수권 능력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정당과 후보라야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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