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용해 또 단독 현장시찰…2인자 띄우기 숨은 의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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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1일자 2면에 보도한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의 여명거리 현장 시찰 모습.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신문이 1일자 2면에 보도한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의 여명거리 현장 시찰 모습.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2인자'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일자 2면 하단에 최용해 당 부위원장의 평양 여명거리 건설 현장 시찰 소식을 실었다. 최 부위원장이 실무자 여럿을 거느리고 건설 현장을 걸어가는 사진과 함께다.

노동신문은 최용해가 이날 ‘현지료해(고위급 관료의 현장 시찰)’에서 “최상의 수준에서 불이 번쩍 나게 (여명거리를) 완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여명거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일종의 ‘신도시’ 건설 사업이다.

당초 지난해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함경북도 수해와 대북 제재 등의 여파로 진척이 더딘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도 지난달 1일 육성 신년사에서 여명거리 완공을 독려했으며 이어 지난달 26일엔 직접 건설 현장을 찾아 오는 4월15일인 김일성 생일까지 완공할 것을 지시했다. 이런 현장을 최용해가 다시 찾아 현지료해에 나서고, 북한 당국이 관영 매체에 해당 소식을 사진과 함께 실은 것은 김정은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만한 것은 그 형식이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부쩍 최용해 등 소위 ‘2인자’들의 단독 현장 시찰 소식을 전하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최용해만 해도 김정은 체제 초기인 지난 2012년 4월부터 약 2년간은 단독 현지료해를 9차례 했다고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다.

그러나 최용해는 지난 2015년 숙청설에 휘말리고 이후 지난해 1월 복귀한 뒤에도 현지료해와 같은 형식을 취하며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그러던 흐름이 최근 바뀌어 최용해는 지난달 여명거리(6일 보도)에 이어 태권도 전당의 개건ㆍ보수 공사 현장(23일 보도) 단독 현지료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니카라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러 출국(6일)하고 귀국(16일)하면서는 의장대까지 사열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북한 당국의 의도적 연출이다.

경제를 담당하는 박봉주 내각 총리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평안남도 순천군 일대의 시멘트연합기업소 등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역시 단독 현장 시찰이었다. 이를 두고 한 대북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김정은을 위시한 핵심 엘리트 층이 자율권과 주도권을 갖고 움직이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을 ‘2인자’라고 부르는 건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체제 특성상 2인자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달 6일 정례브리핑에서 최용해의 단독 현지료해에 대한 분석을 요청받고 “이례적인 건 맞지만 ‘2인자’라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다.

대북 전문가는 “최용해와 박봉주 등을 내세움으로써 김정은의 의지를 재차 가조하는 효과를 누리면서, 동시에 실정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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